잇따른 사학비리, 사학혁신 목소리 높아져…

  지난달 25일(금) 교육부는 사립학교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령 제·개정안 3개를 공시했다. 이는 지난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후속 조치다. 국회에서도 사학혁신을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화) 제21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사립대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교육부 사립대 종합감사에서 각종 사학비리가 잇따라 밝혀지고 지난 7일(수)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사학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부와 국회의 관련 법 제·개정으로 사학혁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려대 종합감사 결과 공개, 또다시 사학비리 무더기 적발
  사학혁신 필요성 높아져

  최근 고려대의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가 공개되며 사학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목) 교육부가 공개한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및 고려대학교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는 총 38건의 감사 결과 지적사항이 있었다. 

  세부적으로 고려대는 감사 결과, 교수 13명이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한 자녀에게 자신의 수업을 듣게 하고 고학점을 준 교수들도 적발됐다. 입시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례도 있었다. 고려대는 체육 특기자 특별전형 시 1단계 서류평가 선발 인원을 기존 계획과 다르게 적용했고 이에 따라 1단계에 탈락했어야 할 지원자가 최종 합격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외에도 고위간부직 교직원의 사적인 퇴임 선물을 교비로 구매하거나 직원 채용 시 출신 대학을 차별하는 등 다양한 부정·비리가 이번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됐다.

  이에 지난달 27일(일)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 SNS를 통해 “총학생회는 이번 종합감사 결과에 있어 학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학교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게시했다.

  또한 지난 6일(화) 전국대학노동조합은 사학비리 근절 대책 마련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김병국 정책실장은 “반세기가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고 크게 진전도 없는 교육 문제가 바로 사학비리 근절과 사립학교 개혁 문제”라며 “최근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등 개교 이래 종합감사 한 번 받지 않은 주요 사립대들의 참담한 감사 결과는 우리나라 사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정책실장은 “사학의 비리와 부정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국회가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넘어 대학 내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8일(월)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는 논평을 통해 “교육부의 사립대학 종합감사는 확대, 지속해야 하며 부정·비리를 예방하고, 사학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대학 내에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교연은 “우선 대학 내 각종 의사결정기구에 학생 등 다양한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대학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사립대 문제 지적 이어져

  지난 7일(수)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사립대에 대한 문제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수)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중앙정부로부터 고등교육기관에 지원되고 있는 재정은 2018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13조 2,832억 원에 달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고등교육분야에 막대한 국가재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대학 내 감시와 견제시스템은 아직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사립대의 감사 규정은 대부분 교내 교수로만 위원을 구성하거나, 외부인사 참여 근거가 있더라도 별도 규정으로 운영해 구조적으로 독립성 있는 감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의원은 “대학에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부정과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 등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최근 교육부의 사립대 종합감사 결과를 지적하며 가족 또는 친인척을 통해 경영하는 사립대의 ‘족벌 경영’을 비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20년 7월 말 기준 자료를 제출한 247개 사립대 법인 가운데 설립자 또는 이사장·이사의 친인척이 △법인 이사 △대학 (부)총장 △교직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는 법인은 163개로 전체 66.0%를 차지하고 있었다. 윤 의원은 “법인 이사회가 대학 운영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를 넘어 대학까지 장악하고 있다”면서 “친인척 중심의 대학 운영은 부정·비리 발생의 소지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사학혁신 시작해

  이러한 사립대의 부정·비리를 근절하고자 지난해 12월부터 교육부는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사학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금) 사립학교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령 제‧개정안 3개를 공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제·개정안 3개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개정안 △학교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이다.

  먼저 개정된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 1천만 원 이상 배임이나 횡령한 임원은 별도의 시정 요구 없이 바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립대 임원인 총장이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했을 때 기존에는 시정 요구 후 횡령액을 보전하면 경고 조치에 그쳤지만, 앞으로 시정 요구 없이 바로 해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이 연장됐다. 기존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은 3개월이었지만 앞으로 1년까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이사회 결정의 책임성이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립학교에서 족벌 경영 구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개방이사 선임 요건도 강화됐다. 사립학교 개방이사 선임에서 해당 학교의 △설립자 △설립자 친족 △기존 임원 경력자(개방이사 경력 제외) △총장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방이사 제도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고 사학법인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법인 이사 중 일부를 외부인사로 채워야 하는 사립학교법 규정이다. 이에 따라 학교법인은 이사 중 4분의 1 이상을 외부인사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법인도 개방이사를 추천할 수 있어 설립자의 친인척이나 특수 관계에 있는 인사가 개방이사로 선임되는 사례가 많았다. 기존에는 관할청이 임원 취임 승인을 반려할 수 없었지만, 이번 개정에 따라 사립학교 법인 임원에 친인척이 개방이사로 취임할 경우 관할청이 개방이사를 다시 선임하라고 반려할 수 있게 됐다. 

  학교법인 이사 중 3분의 1 이상은 교육 경험이 3년 이상인 사람이어야 하는 규정에서 ‘교육 경험’의 범위도 구체화됐다. 앞으로 △유치원 교원 △초·중등학교 교원 및 산학겸임교사 △대학교수·명예교수·겸임교수·초빙교수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교육이사가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이사회의 교육적 전문성도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 따르면 앞으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기부금은 교비회계의 수입으로 처리해야 한다. 기존에는 용도 미지정된 기부금을 법인회계와 교비회계 모두로 수입 처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개정은 교육부가 기부금을 가급적 교육비로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학교법인 임원의 인적사항 공개 등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이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내용으로는 △성명 △연령 △임기 △현직 및 주요경력 △친족이사 해당 여부 등이 있으며 관할청에 취임 승인을 얻으면 즉시 학교 법인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친족 관계는 민법에 따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가 해당된다.

 

  국회, 사립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 발의돼

  교육부에 이어 국회에서도 사학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화) 박 의원은 사립대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학 외부감사에서 교육부 장관이 외부감사인을 일정 기간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 법인이 4개의 회계연도 이후 2개의 회계연도에서는 관할청에 결산서 제출 시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외부감사인의 외부감사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이는 내부감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의 학교법인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결산서를 관할청에 제출할 때 독립적인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의 감사증명서 및 부속서류를 첨부하는 외부회계감사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외부회계감사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육부 감사를 받은 30개 사립대의 지적건수는 350건인 것에 비해 외부회계감사를 통한 지적은 7건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학교법인이 자신을 감사할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을 직접 선택해 감사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교육부, 후속 조치 이어갈 것 
  사학혁신 실현될까

  지난 12월 발표한 교육신뢰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학 혁신 방안에 5개 분야 26개 제도 개선 과제를 담았다. 당시 이에 대해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일부 사학의 비리일지라도 우리 교육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고, 발생하는 비리 유형이 반복적이며 구조적인 경우가 많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법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달 25일(금) 공시한 법령 제‧개정안 3개에 이어 사학혁신 추진방안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교육부는 사학혁신 추진방안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남아있는 법률 개정 과제들도 국회에서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학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교육부의 지속적인 사학 개혁이 전망되는 가운데 사학혁신의 성과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