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동아시아 건국 신화
개천절과 동아시아 건국 신화
  • 박중현 겸임교수 (사학과)
  • 승인 2020.10.13 23:26
  • 호수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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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독립선언서 자료: 중앙일보
무오독립선언서 자료: 중앙일보

 

  10월 3일은 개천절이다. 한자 그대로 하면 ‘하늘이 열린 날’이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민족 기념일로 채택되었다. 이는 대종교의 절기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독립운동 세력에 대종교의 영향력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발표된 무오 독립 선언은 대종교도인 서일 등이 주도하여 반포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고려 말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였다. 이어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 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관계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암 선생은 한국사에서 원나라의 농서인 <농상집요>를 고려에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한 것은 <환단고기>에 기록된 4권의 책 중 이암이 지었다고 알려진 <단군세기>의 내용이다. <환단고기>는 20세기 일제 식민 상황 속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진다. 이의 진위를 놓고 강단 사학자와 향토사 학자 간에 오랜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환단고기>를 믿는 이들의 고조선의 영역을 중국의 산둥반도까지 비정하여 고조선의 영역을 무한히 확대하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만주와 한반도 일부에 한이 4개의 군현을 설치한 것을 부정하기도 하였다. 과거 역사를 긍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해당 영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단결을 고취하는 것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모든 해석을 아전인수 격으로 우기는 것은 바람직한 역사 인식의 태도가 아니다.

  단군 신앙에 대해 일부 크리스트교 계에서 이것이 미신이라며 개천절 폐지를 주장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많은 이들은 단군이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 책에서 배우듯이 신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동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조선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의 건국 설화든 하늘로부터 연원을 끌어낸다. 일본의 건국 신화에서는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가 손자인 니니기를 일본에 내려 보냈다. 니니기의 증손 자가 초대 천황(신문 등에서는 천황이라는 칭호 대신 일왕이라 하지만 필자는 그 나라에서 부르는 대로 적는 것 이 맞다고 생각하여 천황이라 함)이라는 진무 천황이다.

  일본에서는 2월 11일을 건국기념일로 하여 휴일로 삼고 있는데 이 날이 바로 진무가 즉위했다고 하는 날이다. 또한 일본 축구 협회의 심볼 마크에는 발가락이 3개인 까마귀가 등장하는데 이것 역시 진무 천황의 전설에 등장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인들 역시 이를 신화로 생각하지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신화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복희와 여와이다. 복희와 여와는 뱀의 몸뚱이에 사람의 머리를 하였으며, 사람들에게 글자와 혼인 제도를 가르쳐 주었다. 신농의 뒤를 이어 왕이 된 황제가 전설적인 인물이다. 계절과 기후를 연구하여 곡식을 심게 하고 토지를 측량하여 나누는 등의 일을 하였다. 이런 것은 단군 신화에서 환웅이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 풍백, 우사, 운사를 비롯한 수하를 이끌고 왔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들은 농사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건국 신화는 그 신화로서 의미를 갖고 나름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것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난 후 옛날 강역이 만주는 물론 중국 북부 지역까지라고 주장한다면 결국 다툼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만리장성의 끝을 산하이관이라 하던 것에서 랴오허 강 유역까지 확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민족의 주체적 인식과 정체성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과잉 민족주의는 배타적 태도를 키우고 이는 정치 세력들에 의해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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