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언덕에서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신다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유안진 시인의 ‘들꽃 언덕에서’ 입니다. 들꽃은 앉을 자리만 있으면 감사해 하고 바라봐 주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잎을 내고 자기 할 일을 하네요. 해충이 생길 때 약을 뿌려주는 돌봄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려고 싸워 야만 하지요.

  내 자리를 빼앗으려는 잡초들과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벌레들과 바람과 추운 날씨 뜨거운 햇빛 차가운 눈과 씨름해야 하지요. 너무 지쳐서 죽은 것처럼 보여도 죽은 것은 아니지요. 세상에 들꽃으로 태어나서 들꽃으로 남을 테지만 하늘은 들꽃을 칭찬하네요. 잘 참았다 잘 견뎠다 잘 버텼다. 추워서 얼어 죽을까 햇빛 주시고 더워서 말라죽을까 밤을 주셔서 번갈아 오는 기쁨과 슬픔이기에 하루하루 버티어 간다네요. 오늘은 들꽃 내일도 들꽃이어도 살아내고 있다 합니다.

  요즘은 사람도 만날 수 없고 나갈 수도 없어 그동안 눈에 뜨이지 않았던 것들이 점점 더 눈에 보여요. 이제 들꽃의 말이 들리네요.

  제가 가르치는 한 학생에게 수업이 어떠냐 물어보니 비대면 수업이 힘들어도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예외 없이 버티고 있는데, 끝까지 버텨 남는 사람이 이긴 것이니, 들꽃처럼 버텨 보지요.

  숭실의 교육패러다임도 코로나19라는 변수에 큰 전환을 맞고 있지요. 본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준비해 왔으나,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숭실의 미래가 결정될 것 같아요.

  숭실에겐 들꽃 같은 ‘앞선 시대정신’이 있지요. 숭실의 교육이 들꽃처럼 어디서든 꽃피울 수 있으려면 학생의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전폭적인 교수자 지원과 전면적인 교육 행정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해요. 숭실의 교육이 학내 구성원 간의 공감과 소통, 협력을 통해 대학교육의 등대가 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