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또 그놈의 ‘왜’타령! ‘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겁니까?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이 대목에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시작부터 거침없는 인물 ‘알렉시스 조르바’에게 매력을 느꼈다. 

  니코스 카잔스키의 저서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화자는 조르바와 생활하며 파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한다. 항상 고민에 빠져 살던 화자는 조르바의 인간성과 태도에 매력을 느끼고, 본인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책을 덮고 나서는 조르바라는 사람을 대장장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의 영향력으로 화자를 바꿔나간 것도 이유이지만, 나 역시 단단해질 기회를 얻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르바는 대장장이가 쇠를 다루듯 나를 담금질해 주었다.

  조르바는 ‘자유’란 모은 금화를 사방에 뿌려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엔 그가 이야기한 자유를 ‘포기’라고 여겼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자유는 포기가 아니라 소유한 것을 버리는 결정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용기’라고 달리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나를 떨쳐버리고 매 순간 충실히, 걱정 없이 사는 건 언제나 동경하던 삶이지만 그런 삶을 선택하고 누릴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조르바는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산다”는 말도 했다. 죽음과 의미있는 삶은 철학을 접하며 항상 생각하던 주제다. 여기선 ‘현존재’를 이야기했던 하이데거가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이는 우리를 겁쟁이로 만든다. 우리는 위로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하고 성공한 타인의 삶을 통해 멋진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용기’를 가지고 내가 나를 만드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틀어박혀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기에 조르바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당장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온 몸으로 표현하고, 매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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