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전쟁과 동아시아
동아시아 전쟁과 동아시아
  • 박중현 겸임교수 (사학과)
  • 승인 2020.11.10 14:25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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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연설하는 방탄소년단.  자료: 오마이뉴스
유엔에서 연설하는 방탄소년단.   자료: 오마이뉴스

  방탄소년단이 6.25 전쟁을 다시 소환하였다. BTS가 아니라 중국인들이 소환하였다는 것이 맞다. 미국의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 상을 수상하면서 리더인 김남준이 시상식에서 “양국이 함께 나눈 고통의 역사, 수많은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하였다. 제임스 밴플리트는 미군 사령관으로서 한국 전쟁을 지휘하였고, 전쟁이 끝난 후 코리아 소사이어티를 창립하였다. 이 단체에서는 매년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이나 단체에 상을 주는데 올해의 수상자가 방탄소년단이었다. 밴플리트의 아들은 6.25 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아버지와 함께 참전하였다가 실종되었다.

  유엔군으로 가장 먼저 가장 대규모로 군대를 파견한 미군의 사망자 수는 한국군 사망자의 1/4에 달하는 3만 3천여 명을 기록하였다. 대한민국이 공산화를 면하고 지금의 번영을 이루는 데 미국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은 오늘까지도 태극기를 흔들며 ‘문재인 탄핵’을 주장한다. 많은 교회가 이들을 지지한다. 광화문에서 예배를 보겠다고 집회 신고를 하곤 한다. 김일성이 집권하면서 종교는 탄압받았고, 많은 이들은 월남을 하였다. 거기에 전쟁까지 일으켜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혔으니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네티즌은 한미 양국의 피해를 말한 BTS를 저격하였다. 과격한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가 이를 거들었다. 그러나 세계가 이런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세계를 주도하는 미·중 양국의 작금의 행태를 보면 의리와 명분을 내세운 깡패도 아닌 뒷골목 똘마니 싸움 같다. 미국은 명분을 내걸고 세계의 지도자를 행세하였으나 장사꾼이 집권한 이후 품격이고 명분이고 모든 것을 팽개쳤다.

  중국은 6.25 전쟁에서 미국과 그 우방이 자신들과 국경을 맞대기를 꺼렸다. 임진 전쟁에서도 일본군이 만주까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명은 조선에 군대를 파견하였다. 마오쩌둥은 많은 반대를 물리치고 전쟁에 개입하였다. 이때 중국군 사망자는 14만 명을 넘는다. 중국 집권자였던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도 이 전쟁에 참가하였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하였다. 이 전쟁을 통해 그들은 내부 결집을 강화할 수 있었고, 사회주의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권의 제재로 한동안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6.25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은 남한과 북한 각각에게 이른바 ‘재조지은(再造之恩)’의 은덕을 베풀었다. 미국은 낙동강까지 후퇴하였던 전선을 회복하게 해주었고, 압록강까지 밀어 올린 풍전등화 상태에서 중국군은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 주었다. 임진 전쟁에서 일본군을 물리친 것은 이들 정의롭고 명예로운 조선의 사대부가 아니라 들불처럼 일어난 농민들로 구성된 의병이었으며, 무관 출신인 이순신의 역할이 컸다. 전쟁이 끝나고 집권 사대부는 이들의 공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권력에 상처를 주는 것이었다. 이들이 택한 길은 전쟁의 승리를 오로지 명에게 돌리는 것이었다. 이것이 재조지은이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공로는 명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명분으로 오히려 자신들의 집권을 강화하고자 하였으며, 광해군의 실리 외교를 비판하며 그를 왕위에서 쫓아낸 서인들이 집권하였으니 화의를 요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집권은 계속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전쟁 당사자였던 김일성과 이승만은 똑같이 책임은 고사하고 집권을 장기화하였다. 미국과 중국의 6.25 전쟁 지원은 명분은 다르지만 냉전 속의 지지세력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BTS 사태에서 보이듯이 양심과 지성은 아직도 살아있다. 세계의 언론과 지구촌 사람들이 그들을 지지하였다. 우리가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을 믿는 것이다. 나는 BTS의 노래를 따라 하지도 못하고, 춤도 추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태도는 그렇게 나아가고 있고, 그러리라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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