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화)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화물 운송을 담당하던 50대 택배 기사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에 대한 사인(死因)은 과로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며 택배 기사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심각한 경우 과로로 사망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택배 기사들의 근로 환경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택배 물량은 해마다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의 생활물류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해 총 택배 물량은 27억 9천만 개로 2018년 25억 4천 3백만 개에 비해 9.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며 택배 기사들의 업무 과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7일(목) 국민의힘당 김성원 의원의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에서 7월까지의 택배 물량은 올해 16억 5천 314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금) 열린 ‘택배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민고충간담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태완 위원장은 “제대로 된 휴식 시간도 없이 주 6일, 76시간 근무에 하루 14시간의 고강도 노동을 계속하고 10년 넘게 일해도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여름휴가 한 번 못 간다”고 호소했다.

  실제 택배 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례 또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목)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올해만 택배 기사 15명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택배 기사들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것은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택배 기사의 경우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소정근로시간 △휴일 △퇴직금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특수고용직인 택배 기사는 산업재해보험(이하 산재보험)의 의무가입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4일(수) 열린 ‘전국민 고용보험 쟁점과 도입전략 토론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진경호 수석 부위원장은 “택배 기사의 실제 산재보험 가입률은 13%에 그친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택배 업체들이 택배 기사들로 하여금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15일(목)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달 5일(월)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A 씨를 언급하며 “A 씨가 속한 대리점의 택배 기사 전원이 일정한 날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다”며 “사업주의 권유나 강요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자 국회에서는 입법에 나섰다. 지난달 8일(목)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휴식 보장 및 안전시설 확충을 권고하는 등 택배 기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가입 확대 △택배서비스사업 등록제 도입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 권장 등의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해당 법안을 이번 회기 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서도 택배 기사의 업무 과중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들의 과로에 대한 원인으로 지적되던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지원인력 4천 명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 30일(금)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자사의 택배 기사들에 대해 △직접고용 △주 5일 및 52시간 근무 △4대 보험 적용 등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진택배는 야간 배달을 중지하고 과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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