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화)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또다시 택배 기사의 죽음이 발생했다. 이 또한 사인(死因)이 과로로 추정되는 죽음이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15번째 사례다. 안타까운 사망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사망자들은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우선,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살인적인 업무 환경에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기업들은 택배 기사들에게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는 분류 작업, 일명 ‘까대기’를 이전과 같이 지시했다. 또한, 택배 기사들의 업무가 과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임에도 이를 방치하기만 했고 오히려 기업 이윤에만 몰두해 업무 축소나 인력을 충원할 논의는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 이윤 추구로 소모된 것은 ‘노동력’이 아닌 ‘노동자’가 되었다.

  국회 또한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의 배경을 제공했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문제는 올해 들어 발생한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7년에만 하더라도 택배 기사 4명이, 작년의 경우 2명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물론 국회는 2017년에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작년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생활물류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도 택배 기사들을 과도한 업무로부터 보호할 실효적인 법안을 준비하지 못했다. 여러 업계 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법안은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국회의 미온적 태도는 택배 기사들을 보호할 법안의 부재를 만들었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수많은 택배 기사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결국, 과로사는 타살(他殺)이었다. 택배 기업과 국회의 침묵이 만든 비극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택배 업계와 국회에서 과로사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는 것이다. △쿠팡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기업들은 택배 기사들의 업무 과중을 덜 대책들을 구성 및 시행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8일(목)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위원이 택배 기사들을 업무 과중으로부터 보호할 ‘생활물류법’을 대표 재발의했다. 올해 수많은 택배 기사들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등장한 논의지만 택배 기사 근로 환경 처우 개선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 순간에도 생명을 단축하며 배송을 이어갈 택배 기사들을 고려해 국회와 기업으로부터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택배 기사들의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지금, 하루빨리 기업과 국회의 전반적인 차원에서 서로의 이익보단 생명을 우선시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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