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본교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제15대 총장 선임을 위한 교내 총장 후보자 선거를 두고 교수협의회(이하 교협)는 단독 선거를 강행했으며, 이를 반대하는 총학생회와 교직원 노동조합이 연대해 세 차례에 걸쳐 ‘교수 단독 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이렇게 하나 둘 모인 목소리는 교협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실제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드러난 ‘낮은 학생 참여도’는 대학에서의 ‘학생’의 위치를 절실히 보여준다.

  지난달 교협은 교내 후보자 선거를 위해 ‘교수총장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권은 교수에게만 부여해 단독 선거를 시행했다. 선거는 지난 5일(목)부터 6일(금), 이틀 간 진행됐으며 투표율은 90%를 넘겼다. 이 선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선거인지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교수가 본인에게 부여된 권리를 행사했다.

  직원은 교협의 단독 선거로 인해 교내 후보자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교내 구성 단체인 학생과 함께 학내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고, ‘교수 독단 선거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직원은 점심시간, 퇴근시간 할 거 없이 세 차례 집회 모두 많은 인원이 참여해 그들의 권리를 외쳤다. 교수와 직원 모두 본래 갖고 있던 본인의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렬히 투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위에 참여한 학생은 총학생회 임원 두세 명을 제외하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학기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총장 선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학생들의 낮은 관심도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교수와 직원이 서로 내 표가, 내가 속한 단체의 표결이 선거 당락을 결정 짓는데 얼마만큼 반영되느냐를 두고 논쟁하고 있을 때, 애초에 투표권 자체가 없어 투표권을 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학생’은 이 논쟁에서 설 자리가 없다.

  앞으로 향후 4년 간의 숭실대를 이끌어갈 총장을 선임하는 중요한 선거에서 학생의 투표권이란 그런 것이다. 여기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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