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삶을 연결 짓는 가난의 경로
주거와 삶을 연결 짓는 가난의 경로
  • 정인관 교수 (정보사회학과)
  • 승인 2020.11.17 18:32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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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내 집을 장만하는 것’만큼 절박하면서도 성취가 어려워 보이는 과제는 없어 보인다.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은 안정된 주거의 권리를 누리는 것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주거공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크기와 쾌적한 상태를 갖춰야 한다. 1980년대 중후반 철거를 앞둔 사당동의 판자촌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 조은과 조옥라의 <도시빈민의 삶과 공간>은 제목 그대로 사당동 주민들이 그 당시 살아가던 공간 속에서 그들이 지내온 삶의 궤적을 추적해 올라간다. ‘어떤 사람들이 어떠한 삶의 경로를 통해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을까?’라는 비교적 명확한 질문을 기반으로 각각 사회학자와 인류학자인 두 저자는 개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삶을 구조화한 사회역사적 조건을 찾아낸다. 


  우연하고 개인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사실은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찰스 라이트 밀즈였다. 밀즈에 따르면 한 사회의 개인들이 처해있는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이 속해있는 사회와 공동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그는 ‘사회학적 상상력(Sociological Imagination)’으로 명명했다. 사당동 판자촌 주민들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과정에 걸쳐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개발과 발전에서 밀려나 더 낮은 곳으로 움직여야 했던 역사이기도 하다. 해당 연구가 마무리될 무렵, 1990년을 앞둔 사당동 판자촌은 재개발되었고 주민들은 다시 불안정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사회학자 조은은 사당동에서 만났던 한 가족의 삶을 이후 25년간 관찰했다. 그냥 관찰만은 아니었다. 이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다. 할머니, 아버지,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명의 손자과 한명의 손녀로 구성되어 있던 가족은 이후 사당동을 떠나 서울의 한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신학대학에 가고 싶었던 큰 아들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로 지내고 있다. 그는 필리핀으로 가 국제결혼을 한 뒤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둘째 아들은 지내던 전세방을 빼서 작은 헬스장을 차렸다. 그러나 생계가 쉽지는 않다. 그는 헬스장 한 구석 작은 공간에서 숙식을 겸하고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은 손녀는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조은 교수가 2009년 공개한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22>와 2012년 발간한 책 <사당동 더하기 25>는 빈곤의 문제가 어떻게 대물림 되며 다음 세대의 삶의 기회를 구조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삶의 기회는 그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공간 속에서, 그 공간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실제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공간의 이동이란 삶의 기회이동, 혹은 계급 이동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언젠가 사당동에 살았던 이 가족은 세대가 흐를수록 더 아래로, 더 바깥으로 밀려간다. 비슷한 질문은 또 다른 공간에서도 계속 된다. 2015년 2월,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공간 중 하나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강제 퇴거된 45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후 어디로 옮겨가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신문기자인 이문영은 <노랑의 미로>라는 책에서 퇴거 이후 5년간 이들의 삶을 추적한다. 이들의 삶은 말 그대로 “가난의 경로”였다. 2015년에서 2020년에 이르는 5년간 그들 중 20%인 9명이 사망했고 36명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가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문제로 바라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더 좋은 학군, 교통이 편한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을 기본적인 주거의 권리를 넘어 ‘욕망’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조그만 집이라도 갖고 싶은 소망도 점차 꿔서는 안 되는 꿈이 되어가는 것을 허탈하게 지켜봐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어느 때보다도 넓어지고 있는 오늘을 지나 내일이 오면 그 차이는 다음 세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 답을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로만은 해결되기 어려운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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