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 123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일제 신사참배에 자진 폐교로 맞선 일이다. 이는 단순히 학교 문을 닫은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기독교 신앙의 절개라는 두 기둥을 굳건히 지킨 기념비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당대의 신학문을 전파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일제로부터 ‘불령선인의 소굴’이라 불릴 정도로 숭실은 평양지역의 항일운동의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도 수행했다. 이러한 민족정신과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굵직한 항일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단일 교육 기관 출신으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이는 그만큼 올바른 민족의식을 지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본교는 개교 120주년을 맞는 2017년부터 숭실 출신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구체적인 결실도 맺고 있다. 2017년에는 광복절 독립유공자로 세 분의 동문이 포상을 받았고, 2018년 광복절에는 숭실대 제3대 학장을 역임하신 고병간 박사, 11월 순국선열의 날에는 세 분의 동문이 독립유공자로 각각 포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3·1운동에 참여한 동문을 집중 조사하고 국가보훈처에 서훈 신청을 하여 3분의 동문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었으며, 작년 4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묻혀 있던 김태연 지사의 유해를 본국으로 모셔오고 교내에 ‘독립운동가 명비’도 추진하는 등 명실공히 ‘독립유공대학’으로서 긍지를 지키고 있다. 또한 작년 4월에는 본교를 ‘독립유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국가보훈처와 협의하고 있다. 본교가 역점을 두는 ‘통일교육 선도대학’과 독립운동은 각각 과거의 긍지와 미래의 희망이라는 숭실만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거행되는 독립유공자 추모비 제막식은 국가에서 본교를 공식적인 현충시설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매우 뜻깊은 행사다. 또한 하나의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주민과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교육현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학교 홍보에도 적잖이 기여할 것이다. 사육신 공원과 국립 현충원이 자리하여 충효의 고장이라 불리는 동작구의 또 다른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대학평가 기준으로는 따지지 못할 자랑스럽고 남이 넘볼 수 없는 숭실의 품격이며 명예다. 선배들의 절개와 지조를 계승하여 숭실의 유산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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