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데이트폭력,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와 관련 법 미비 지적돼
잇따른 데이트폭력,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와 관련 법 미비 지적돼
  • 이영서 수습기자
  • 승인 2020.11.17 19:15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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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데이트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에 대한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고, 관련 법이 부재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9일(월)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여자친구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히는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구속 수사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진행했는데, 수사 도중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하고 찾아가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경찰은 지난 4일(수)에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늦장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수) 양산여성회,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경남지역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양산시 데이트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대응을 규탄했다. 이들은 “양산경찰서는 매뉴얼대로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매뉴얼 뒤에 숨어 안일하게 대처하는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렇듯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이뤄진 것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수사기관의 문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인권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소장은 “연인 간에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단순 애정 문제로 보고 개입을 자제하고 사소하게 취급해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트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져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인식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6일(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범죄 연간 신고 건수는 △2016년: 9,364건 △2017년: 14,136건 △2018년: 18,671건 △2019년: 19,94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검거 비율은 △2016년: 89.4% △2017년: 72.9% △2018년: 54.8% △2019년: 49.4%로 매년 감소하고 있었다.

  또한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을 규제하는 법안이 부재하다는 문제도 있다. 법무법인 ‘단’의 고범준 변호사는 “데이트폭력에 관한 독자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형법으로 규율된다”며 “형법상 폭행죄는 형량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데이트폭력이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검찰에서 데이트폭력 사건 처리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지만, 이 역시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2018년 검찰은 3회 이상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하고 구속수사를 진행하는 ‘데이트폭력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두 번째 범행까지는 가해자를 바로 검거하지 않는다는 점과 법원이 이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실제 처벌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관련 법이 부재한 상황에 대해 고 변호사는 “법원도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 제정에 나섰다. 지난 10일(화) 국민의힘당 윤영석 의원은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데이트폭력 예방·방지 교육 △피해자 보호·지원 프로그램 △데이트폭력 등 신고체계 구축 및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윤 의원은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과 같은 지속적 괴롭힘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제정돼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법원 등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지만,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에 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없는 실정”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는 데이트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데이트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가정폭력전과제도의 일환으로 일명 ‘클레어법’을 실시했다. 이때 가정폭력 해당 범위를 부부관계가 아닌 친밀한 파트너 관계로 정의함으로써 연인 사이의 데이트폭력을 처벌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일반 형법과 구분해 ‘여성폭력방지법’을 제정하여 데이트폭력 범죄를 특별히 취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직통 상담 전화 설치, 거주지원금 지급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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