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결제 방지할 제도적 안전망 필요해

  최근 미성년자들이 부모님 카드로 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이하 BJ)에게 거액의 돈을 후원했다가 환불받지 못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성년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3일(월)부터 10일 동안 11살 초등학생이 온라인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쿠나라이브’의 BJ들에게 후원하기 위해 1억 3천만 원을 결제한 일이 발생했다. 결제된 후원금은 해당 학생의 가족이 이사를 위해 모아둔 보증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1일(일)부터 다음 날인 2일(월)까지 한 중학생이 부모 신용카드를 통해 약 60차례에 걸쳐 총 1,780만 원의 후원금을 BJ에게 보낸 일도 있다. 이후 이를 알게 된 해당 중학생의 부모는 경찰을 찾아가 환불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경찰 측은 결제 과정에서 강요 등 불법이 없어 어렵다고 답했다.

  이처럼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동의 없이 거액의 돈을 BJ에게 후원했다가 환불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미성년자 환불 관련 사건접수는 △2017년: 539건 △2018년: 727건 △2019년: 813건 △2020년 9월까지: 1,58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인터넷개인방송 유료후원 아이템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자는 이용자 1명이 하루에 100만 원 이상 결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성년자가 결제할 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절차를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결제를 진행하더라도 실제 후원금을 환불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후원금을 환불받기 위해서는 후원을 받은 BJ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동의 없이는 민사소송을 통해 환불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원칙적으로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 동의 없이 모바일 결제를 했다면 이를 취소할 수 있지만,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오페스’ 법률사무소 송혜미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결제하기는 하지만 상대방은 성년자의 거래로 인식한다”며 “미성년자의 거래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자율 규제 형태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사항에 불과해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준수할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정창원 선임연구원은 “플랫폼 기업은 BJ와 수익을 나눌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감독하고 계정 가입, 탈퇴를 단속하는 특수한 고용 관계에 있다”며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구실 삼아 BJ와 이용자 사이의 분쟁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도 “근본적으로 미성년자가 결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의 무분별한 결제 행위에 보호자의 책임이 따른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수원지방법원은 한 초등학생 부모가 모바일 게임 업체를 상대로 180여만 원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업체와 부모의 책임을 각 50%로 정한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게임 업체는 계정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신용카드 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사용되는 것인지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다”며 “부모 역시 자녀가 임의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도록 지도, 교육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또한 보호자로서 이러한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휴대전화 소액 결제 기능을 차단하거나, 모바일 결제 시 부모에게 바로 통보가 가는 ‘자녀 보호 앱’을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또 가정에 인터넷 멀티미디어를 설치하는 경우 즉시 결제 비밀번호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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