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천여 명 이상이 중대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이는 매일 6, 7명씩 사망하는 꼴이다. 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자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한 사업주들의 책임을 가중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절실해 보인다.

  그러나 법안의 통과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기업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기업을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본질은 결국 기업의 이윤이 사람의 생명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인명은 누군가의 인생으로,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다. 물론 기업의 목적이 이익 추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 결코 인명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사후처리적 법안보다 사전예방적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3일(금)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회에 “사업자 역할과 책임에 걸맞은 체계적인 사전예방 안전관리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며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법률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했다. 산재로 인한 노동자들의 잦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업장은 총 1,420 곳이었다. 사전예방적 성격을 가진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실제로 기업들이 사전예방적 조치를 추가한다고 해도 얼마나 지킬 의향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기업은 노동자의 산재 사망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해서 사업주는 2천만 원의 벌금을 받는 것에 그쳤다. 사망한 이들의 목숨값은 50만 원이었던 것이다. 법인을 범죄 주체로 보고 피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영국의 사례와 크게 대비된다.

  물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따르면 중대재해로 인해 사망한 경우 사업주에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전히 범죄행위에 대한 자본의 등가 교환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고려할 기업들의 각성과 이를 외면한 기업들에 대한 국회의 엄중한 처벌 제정이 필요한 때이다. 이에 사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형벌이 가해질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도 이들의 안전과 권리 확보에 힘써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자’는 그 단어와 같이 ‘사람’이 ‘노동’ 이후에 존재하는 실정이다. 노동을 위해 그 노동자의 생명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勞動)’보다 ‘사람(者)’이 앞설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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