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영화 <내가 죽던 날>은 단편영화 <여고생이다>(2008)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지완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에 김혜수, 이정은과 같은 걸출한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단편적으로 볼 때 자살한 여고생의 진실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진실을 쫓다 보면 이 영화가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드라마 요소가 짙은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위 김현수(김혜수)는 남편과 이혼소송 문제를 놓고 심란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중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낸다.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인 현수는 자살한 여고생 세진(노정의)의 사건을 사고가 아닌 자살로 종결짓는 임무를 맡는다. 유서 한 장을 남겨둔 채 외딴 섬마을 절벽 아래로 떨어진 세진의 죽음은 CCTV를 포함한 모든 정황상 자살이 분명하지만, 현수는 계속해서 세진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세진의 자살 이유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중 현수는 섬마을에 살고,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순천댁(이정은)을 만나게 되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아무런 연대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세진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리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지점이 생긴다. 현수는 세진의 행적을 쫓을수록 그녀의 삶이 자신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허망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을 세진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수는 비로소 가슴 깊숙이 있던 자신의 상처와 조우한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진 모두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담담하고 느리게, 현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김혜수와 이정은, 그리고 신예 노정의 배우의 물 흐르는 듯한 감정 연기 또한 영화를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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