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고,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최소한 대략적인 방향이라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목표와 방향은 시간에 따라 바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방향이 있어야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시간에 맡긴 채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 두루뭉술함 때문에 현재의 내가 목표한 미래를 향한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방향성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굳이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하지 않아도 순간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들이 모여서 나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또한 누군가는 갑갑하게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살고 싶지 않고, 하루 하루를 즐기며 살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것 역시 하나의 방향성이다. 삶에 대한 적극적인 방향성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전진해나갈 수 있는 것인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세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의 목표는 존재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목표를 수정해왔다.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진로의 문제해결능력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미래에 맞춰 대응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문제해결능력이다.

  지난주에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세계 3대 전략컨설팅기업 중의 한 곳에 재직 중인 컨설턴트로부터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다. 유학을 준비하는 가운데 장학금과 지원 서류 관련 컨설팅 의뢰였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분야였기 때 문에 거절했다. 다시 한번 검토해보고 결정해주면 안되겠냐는 문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정보를 분석해본 후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전체에서 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5~7% 수준입니다. 이것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답변을 듣고 그 컨설턴트는 의뢰를 확정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출국 전 만나서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유명한 컨설턴트들이 많았을 텐데 왜 저한테 맡기셨나요?”

  여러 컨설팅업체에 전화했었고, 하나같이 자신의 지난 실적과 경력을 말하며 맡기기만 하면 좋은 성과를 얻어주겠노라 확신했고, 유일하게 확신하지 않고 현재 상황을 분석해서 답변해준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고 한다. 내게 분석을 해준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같은 진부한 드 립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더 이상 세상은 경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경력자들의 잣대에 의해 새롭게 성장하는 누군가의 길이 재단되고 있지만, 그리고 그것이 괜찮은 충고이자 조언인 경우도 많지만, 그것에 무조건 의지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컨설팅의 본질이기도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해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무도 현재 상황을 분석해주지 않고 경력으로만 말했어요. 저는 선배들에게 컨설팅업의 본질은 경력이 될 수 없다고 배웠거든요. 저는 지난달까지 인도에 있는 업력이 100년 가까이 된 철강 회사의 컨설팅을 맡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 분야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요. 만약 컨설팅업의 본질이 경력에 있다면 저희 같은 컨설팅기업은 존재할 수 없죠. 이미 그 회사에는 경력이 수십 년 된 직원들이 있을 텐데, 저희가 어떻게 컨설팅을 하나요. 컨설팅업의 본질은 문제해결능력이에요.”

  그 무렵에 나는 ‘커리어플랫폼’ 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업을 했다. 창업, 취업컨설팅, 입시컨설팅, 고시생, 대학원생 시절을 통해 알게된 우리나라 진로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시, 취업, 창업, 진학과 같은 여러 분야로 진로가 쪼개진 채로 다뤄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 선택하고 수정해야 하는 문제라면, 이 모든 것을 함께 다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커리어의 모든 분기점을 다뤄주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문제 인식이었고, 재창업이 해결책이었다. 물론 대학원 생활을 하고 여러 강의를 시작하면서 원하던 대로 계획이 실행되진 않았다. 후배님들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세상의 잣대가 나를 재단할 것이고, 원치 않았던 풍파에 휩쓸릴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기준점이 되어 줄 방향이고, 어긋난 방향을 바로 잡아 줄 문제해결능력이다. 각자의 목표지점에서 다시 만나자.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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