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당신이 다음 네 줄의 글을 읽는 몇 초 동안,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 태어나고 있다. 30명의 사람과 5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소리 없이 오고 떠나간다. 나는 우리들의 지구 위에서 인류가 문명을 세우고 살아가고 계속 역사를 쓰고 진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모든 것은 순간이 모여서 펼쳐진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존재, 나와 수많은 생명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는 개미도 나름 세계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식하고 인간세계와 개미세계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주인공들을 통해서 인간과 개미의 동질화 과정을 보여준다. 개미를 연구하는 박사의 조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책 속 개미의 대표가 인간과 소통하는 연결장치를 통해 인간사 개념 중 ‘해학’을 이해하는 단계까지 다다르며 마무리된다.

  개미세계는 인간세계와 다르다. 인간은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는 반면 개미는 집단으로 존재할 때 의미가 있고 종족번식이 삶의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과 개미의 공통점은 바로 동족끼리의 연대가 곧 생존이고 이것이 각자의 역사라는 점이다. 인간도 결국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부터 시작된 사람의 씨앗이 지금 자연의 법칙에 따라 70억 지구인들이 되기까지 한 생명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모여서 큰 역사를 이루었다. 그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것들 모두 마찬가지다. 각자 역사가 존재하고 그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우연이 모여서 필연이 되고 현재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주에서 인간도 한 마리의 개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든간에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서로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존재의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도 지구상 위의 일은 끊임없고 더 복잡한 경이로운 우연의 연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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