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비교적 천천히 눈에 보이며 변해가는 것이 있다면 ‘골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연 단위로 생각해 보면, 골목길에 있던 작은 소매점이 카페로 변해있기도 하고,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세련된 공유주택으로 재건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에 비하면, 직접 경험하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소소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가 고맙게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을 화두로 기존의 도시공간을 유지하고,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활용하는 등 재생의 필요성과 가치를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제도와 정책은 물론 현실적 대안을 반영한 지역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골목길 재생’ 사업과 같은 소규모 재생사업도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기 전이나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후 이뤄지는 기록화 사업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보통 기록의 대상은 유의미하거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일상을 기록하며 살아간다. 유선 통화나 사진, 혹은 영상으로. 또 가끔은 소셜 미디어의 짤막한 글로 삶의 일부분을 타인과 공유한다. 그리고 그 기록의 배경으로 도시의 풍경과 일상의 공간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나름 일상의 기록가일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골목기록가를 마을해설사와 비교하려 한다. 마을해설사는 도시재생이 시작하던 초기부터 함께 성장한 주민들이 주로 활동하는데, 오랜 터전으로 살아온 마을의 변화를 해설함으로써 방문객 또는 마을의 후세들에게 마을의 가치를 알린다. 이들은 주로 전문가들이 정리해둔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추가하여 지역 고유의 특성과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와 달리, 골목기록가는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해설하지는 않지만, 마을의 주요 체계를 골목으로 보고, 골목을 중심으로 마을의 다양한 변화를 기록해간다. 또한 초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리적 공간을 실측하게 되고, 이를 도면화하거나 이미지화하여 기록물을 만든다. 이후에는 기록에 참여했던 거주민 스스로가 ‘골목기록가’로서 주기적으로 마을을 기록함으로써 변화과정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보여지는 골목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공간으로, 누군가에겐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슈퍼마켓에 다녀오던 공간으로, 때로는 지친 귀갓길 발걸음을 위로해주던 공간으로 삶에 스며들어있다.

  마을 안의 골목은 일상생활 속 다양한 행위를 함께 공유,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가치있다. 그리고 골목기록가는 이처럼 골목에 담긴 주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기록하고, 골목이 가진 정체성과 가치를 포함한 기록을 함으로써, 마을에 대한 정서와 함께 고유의 특성을 간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오늘 하루, 우리도, 내 집 앞 골목길에 담긴 이야기를 차분히 기록해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