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설명하는 사회학적 접근들
자살을 설명하는 사회학적 접근들
  • 정인관 교수 (정보사회학과)
  • 승인 2020.12.01 10:15
  • 호수 12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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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36개 회원국 중 1위로 인구 10만 명 중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의 수를 측정하는 자살률은 26.6%로 나타났다. 실제 1990년 이래 20년 넘는 기간 한국의 자살률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1970-8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1990년대 초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문화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동력으로 이어졌으나 물질주의 풍조의 만연과 이에 따른 소외현상 및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는 자살률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90년대 후반의 IMF 경제 위기는 자살률의 급격한 증대를 가져왔다. 물론 2000년 직후 어느 정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게 되면서 자살률은 잠시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 오늘날까지 리투아니아와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또 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자살률은 2017년까지 약 5년간 33.3%에서 23.0%까지 상당히 감소하였으나 이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며 노인 자살의 문제도 평균수명 상승에 따라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을 보며 “조금만 참지. 그 순간을 못 넘겨서”라며 안타까운 감정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자살을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감정의 결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는 한계를 지닌다. 실제로 자살은 짧지 않은 기간을 통해 준비되며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즉 자살에 이르려면 자살생각과 자살계획, 그리고 시도가 모두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들은 은연중에 자신이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위에 전달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그 자체로 자살행위의 가능성을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자살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에서 확인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살아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에도 다수의 자살자는 유서라는 방식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사회학자 박형민은 그의 박사논문을 기반으로 한 <자살, 차악의 선택>이라는 책에서 ‘소통적 자살’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소통적 자살이란 유서를 남긴 자살을 의미하며, 성찰성과 메시지, 그리고 타자지향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그 특성으로 한다. 성찰성이란 “자신의 삶과 죽음을 객관화 시켜 숙고”하는 것으로 “자신이 겪는 문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의미한다. 다음으로 유서 속의 메시지는 자신이 죽음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애정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자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 대한 증오의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타자지향성은 자살자가 “자신의 죽음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박형민은 1,000명이 넘는 자살자와 400여 개의 유서를 분석하여 소통적 자살을 다시 8개의 세부적인 유형(회피 형, 이해형, 해결형, 배려형, 비난형, 각인형, 고발형, 탄원형)으로 범주화한다. 자살행위와 그들이 남긴 유서들을 분석한 저자의 결론은 자살자들도 자살이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피하고 싶은 것은 ‘최악’이며 따라서 자살은 이 책의 제목처럼 ‘차선의 선택’이 된다. 이 책은 개인 수준의 자료들을 꼼꼼하게 분석함으로써 자살률이라는 거시지표를 넘어 자살의 문제를 일상의 측면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실제 주변에서 자살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남겨준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자살에 대한 사회학적 관심은 사실 사회학의 태동과 함께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케임은 사회적 규제와 통합의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자살 유형들이 나타남을 강조했다(<자살론>). 그에 따르면 사회적 규제가 너무 낮은 곳에서는 아노미적 자살이, 높은 곳에서는 숙명적 자살의 유형이 주를 이룬다. 또 사회적 통합이 너무 높은 곳에서는 이타적 자살이, 낮은 곳에서는 이기적 자살이 횡행한다. 물론 뒤르케임의 이러한 유형화는 지나치게 단순하며 오늘날 자살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놓여있는 상황과 자살현상을 이해하는데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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