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줄리안 슈나벨 감독
'잠수종과 나비' 줄리안 슈나벨 감독

  영화 <잠수종과 나비>는 유명 패션잡지인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엘르의 편집장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던 보비(매티유 아맬릭)는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약 20일 만에 깨어난 보비는 온몸이 마비되는 희귀병인 ‘감금증후군’ 판정을 받는다. 이때부터 보비의 자유의지는 생각하는 것과 왼쪽 눈꺼풀을 움직이는 것에 국한된다. 갑작스럽게 커다란 장애를 안게 된 보비의 심경을 대변하듯, 영화는 약 40분간 화면에 주인공의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시점에서 영화의 장면을 만들어나가고, 보비의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보비의 눈과 같다. 보비가 눈물을 흘리면 화면이 뿌옇게 변하고, 각막 손상을 막기 위해 의사가 보비의 오른쪽 눈꺼풀을 꿰매는 장면은 화면을 서서히 어두워지게 만들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보비의 답답함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줄리안 슈나벨 감독은 실험적인 촬영기법을 통해 보비가 처한 상황에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영화의 제목에 들어 있는 잠수종이라는 단어처럼, 보비의 삶은 사방에 가로막힌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잠수종과 같아진다. 그러나 보비는 가슴 속에 남아 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나비처럼 보비는 눈꺼풀을 이용해서 130페이지의 자서전을 쓰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약 15개월, 20만 번의 눈꺼풀이 이루어낸 날갯짓은 결국 자서전인 ‘잠수종과 나비’를 완성시키고, 동시에 보비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선물한다. 갑작스러운 장애 판정을 받고, 한없이 침잠하고 있었던 보비의 삶은 책을 쓰기 시작하며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중한 것들의 의미를 되찾는다. 12년 만에 재개봉을 한 영화 <잠수종과 나비>는 인간의 의지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기적과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따듯한 영화다. 억지스러운 휴머니즘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가진 훌륭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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