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맞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 길이 맞으니까, 걱정하지 마
  • 이호영 겸임교수 (벤처중소기업학과)
  • 승인 2021.02.15 12:12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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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이다. 고민사거리에서 쭈뼛거리며 고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별이다. 어떤 의미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숭대시보 첫 기고문에서 잠깐 언급했었던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대해 말하며 작별을 고해야겠다. 바퀴의 가장자리에 점을 찍고, 바퀴의 움직임에 따른 점의 이동을 선으로 연결하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된다. 일명 직선보다 빠른 곡선이다. 직선보다 빠른 곡선이라니... 뭔가 의미심장하다.

  비행기는 항로를 따라 이동한다. 항로는 고도와 방향으로 결정되는데, 자동 항법 장치와 같은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항로대로 비행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항로를 99% 이상 이탈해서 날아온다. 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날기 때문에 항로의 고도대로 일직선으로 움직이지 않고 아래위로 바람을 타며 곡선으로 비행한다. 마치 사이클로이드 곡선과 같다. 더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정시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과 의견충돌이 생기곤 한다. 우회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자꾸 직진하라고 한다. 무시하고 우회전했다. 그랬더니 도착예정시간이 3분 단축되었다. 나의 승리다. 이세돌처럼 알파고를 이긴 건 아니지만 기계를 이겼다는 생각에 한껏 우쭐해졌다. 물론 항상 그렇진 않다. 정체된 도로에서 굴욕적인 패배감을 맛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려고 한다. 그 덕에 새로운 풍경과 맛집을 발견하기도 하고, 언젠가 방향성을 고민할 때 하나의 가능성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것이 진로(進路,CAREER)다.

  이제 숭실이라는 인생의 거점을 지나서 다음 경유지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미 다음 행보를 결정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직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상관없다. 천만 번의 걸음 중에 한 걸음일 뿐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선택한 길에 대한 가치 부여이다. 이 길을 왜 선택했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이고, 다음 행보를 위한 추진력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중고등학교 생활의 결과로 숭실대에 입학했다. 최소 상위 10% 이내에 드는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며 취업, 창업, 진학 등의 결정을 내릴 테고, 대학생활의 결과가 더해져서 첫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행보는? 그 첫 행보의 결과가 또 더해지겠지. 아주 쉽고 간단한 문제다. 여러분이 대학 전공을 선택했듯이, 대학 내에서 학점, 동아리, 대외활동, 여행 등의 다양한 영역에 집중했듯이, 일을 하며 어떤 역량과 경험을 쌓아갈지 고민해야 된다. 그게 여러분 자신이 될 테니 말이다. 원치 않은 회사와 원치 않던 부서로 취업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만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더할지 고민하고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경유지일지도 모른다. 지난 여러 기고문들에서 수없이 얘기했듯이 여러분은 이직하고, 창업하고, 또 이직하며 커리어를 쌓아갈 것이다. 평생직장을 가지고 일할 사람은 10% 미만이다. 여러분이 일할 직장 혹은 부서를 하나의 경유지라고 본다면, 여러분은 수없이 많은 경유지를 거치며 성장할 것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비행기의 항로, 그리고 진로는 닮아있다. 일직선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지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목적지까지 바로 향하지 않고 조금 돌아가고 있는 것 같더라도 그 길이 여러분 인생의 사이클로이드 곡선일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출발점에 서 있다. 혹시 세상이 정해놓은 내비게이션대로 가지 않아서 불안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 길이 맞으니까. 조금 돌아가고, 조금 쉬었다가도 괜찮다. 그냥 위로가 아니라 진짜 괜찮다. 멀리 돌아가는 줄 알고 걱정했었는데, 알고보니 지름길로 저만치 앞서가 있던 여러분의 선배들을 수없이 봤으니 말이다. 돌아간다고 생각한 그곳은 새로운 가능성이고, 쉬었다 간다고 생각했던 그곳은 좀 더 힘껏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숭실에서 쌓아온 것이 그렇게 어설프지 않음을 믿자. 여러분이 선택한 가치에 따라 그 길을 걷자. 그 길이 맞으니까 고민하지 마라. 꽃길만 걷지 마라. 가시밭길도 걸어보고 흙탕길도 걸어보자. 그 곳에도 새로운 가치가 있을 테니 말이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어느 길에서도 숨어있는 꽃을 발견하며 꽃길로 만드는 사람이 되길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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