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놀라운 한 해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함께 하는 삶은 이전과 다르게 큰 변화를 맞이했고, 앞으로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1년 내내 온라인 수업을 했다. 만약 정상으로 되돌아가도 많은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학의 가장 큰 차이가 학우 간의 인적 교류인데, 20학번은 그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는 학교와 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는 주식시장에서도 놀라운 한 해였다. KOSPI 지수는 3월 고점 대비 36%가 급락했는데, 이는 1997년 한국금융위기 62%,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51% 급락한 이후로 가장 큰 급락 폭이다. 또 놀라운 것은 개인투자자(이하 동학개미)가 심리적 공황에 빠지지 않고 11조 원을 순매수 하였고, 그중 신규계좌의 순매수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는 지속해서 이어졌다. 10년간 박스권을 형성하였다고 해서 ‘박스피’라고 불리던 KOSPI 지수는 2021년 1월 7일 드디어 ‘삼천피’가 됐다. 2020년 이전에는 개인투자자가 매수하면 주가는 빠지고, 매도하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은 주식투자 열풍에 휩싸인 것 같다. 여의도 증권회사 객장에서는 신규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새로 주식투자에 뛰어든 학생들도 많다. 숭대시보에서 주식투자 연재 칼럼을 의뢰한 것도 주식투자 열풍의 또 다른 증거이다.

  이러한 주식투자 열풍을 염려하면서도 연재 칼럼을 수락한 것은 대학생이 주식투자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회에 나간 직장인 선배들이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은 빚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는 인생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대학생들은 120세까지 살 것이다. 이를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의 현재 기대수명은 84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84세는 2020년 현재 20세까지 생존한 사람이 64년을 더 살 수 있다는 것이지, 40년 후 60세까지 생존한 사람이 24년 더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1980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당시 기대수명은 66세이었는데, 40세가 된 지금의 기대수명은 84세로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연장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40세가 80세로 바뀐 시점에는 기대수명이 100세가 될 것이다. 이것이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동일한 계산을 2000년에 태어난 사람에게 적용해보면, 60세가 되는 시점에는 기대수명이 100세, 100세가 되는 시점에는 기대수명이 120세가 될 것이다.

  오래 살게 되었으니 축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잘 생각해보면 재앙이다. (흔히들 우리가 12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친구,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돈만 이야기하겠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30세부터 30년간 일해서 60세부터 60년간 써야 할 돈을 모아야 한다. 30년간 한 달에 50만 원을 저축하고, 60년간 한 달에 200만 원을 쓰며, 물가상승률은 1%이라고 가정해 계산하면 연 수익률이 6%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예금 금리가 1%도 안 된다. 저금리라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대학생이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이야기하자.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서 살기 힘들어지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 자본주의는 망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본가는 갈수록 잘 살게 되고, 노동자는 갈수록 못 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 생산성이 노동 생산성보다 높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칼 마르크스의 주장을 뒤집어보면 “자본가가 돼라”이다. 그런데 대학 졸업생들의 대부분은 자본가가 되기보다는 노동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자본가라는 답이 나오지만 불안정한 삶보다는 노동자라는 안정되고 답이 안 나오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돈 벌 능력 없이 창업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그나마 주식투자를 해서 자본가에 편승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이다. (이 글의 초고를 SNS에 올렸더니 김성재 교수님이 경제와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경제공부, 기업공부를 하는 것도 주식투자의 부수입이라고 지적해주신 것에 공감한다. 기업에 대해 빠삭해져 취업면접에 임하면 무조건 취업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싶다.)

  투자의 대가 워렌버핏은 11살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딱 하나 후회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5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안 한 것이라고 한다. 주식투자는 이제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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