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출생 미등록 아동 인권 보장하나
출생통보제, 출생 미등록 아동 인권 보장하나
  • 이영서 수습기자
  • 승인 2021.02.15 12:08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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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사망한 아이들의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현행 가족관계 등의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출생신고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출생신고제는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로 지정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이의 존재가 공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출생 미등록 아이들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이에 출생신고제의 대안으로 보편적 출생신고제(이하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수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로 사망한 아이의 시신이 냉장고에 방치된 지 2년여 만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출생신고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행법인 출생신고제에 따르면 혼인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는 부모가, 혼인 외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는 친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출생신고의 권한이 온전히 부모에게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의도적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는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이외에도 출생신고제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는 친부가 친모의 △성명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두 알지 못하는 경우에만 출생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친부가 친모의 성명까지 모르는 경우는 드문 데다 미혼 관계에서 친모가 아이를 출생등록하는 데 있어 비협조적이라면 친부는 아이의 출생을 신고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인천에서 발생했음이 지난달 8일(금)에 밝혀졌다. 친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혼 관계의 남성과 아이를 낳았으나, 아이가 남편 호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꺼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민법은 친생자추정에 의해 남편이 아닌 자의 자녀도 현 남편의 자식으로 등록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례의 친부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친모가 협조해주지 않아 결국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렇듯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임을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출생 미등록 아동들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인 △필수 예방 접종 △영유아 검진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을 받지 못한다. 또한 출생 미등록 아동은 실종되어도 행방 파악이 불가능하여 불법 입양, 아동매매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 이에 대해 서울복지재단 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현행법의 한계에 따라 이 아동들은 사회보장과 복지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생통보제’가 제시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아이들이 태어나는 즉시 출생 사실을 공공기관에 통보하는 제도다. 이는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에서 의료기관으로 확장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우리나라의 국민으로 인정받게끔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출생통보제에 대해 “출생통보제 도입은 아동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 등을 누릴 수 있는 아동 인권의 시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약 98%의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출생 미등록 아동이 감소해 아동학대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동학대가 의심돼 신고가 들어왔을 때, 정부는 피해 아동에게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부모에게도 학대에 대한 죄를 물을 수 있다. 비정부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고우현 매니저는 이에 대해 “출생등록은 모든 아동권리의 출발점이며 출생통보제를 통해 아동학대 예방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출생통보제에 관한 논의는 이전까 지 지속돼 왔으나 해당 논의가 변화로 이어지진 않고 있었다. 지난 2017년, 국회에서 의료기관 등에 일차적인 출생통보의무를 부과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률안은 여전히 출생신고 의무는 부모에게 남겨두되, 분만에 관여한 의사 및 조산사가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사망 사건이 반복되자 지난달 22일(금) 인권위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인권을 위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지난달 27일(수),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로 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했다. 여가부는 오는 3월 수립되는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출생통보제 관련 내용을 담아 출생신고제로 인한 문제들을 완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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