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가을의 숭실대 교정​
​사진 : 가을의 숭실대 교정​

  2020년 1월 존재를 알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전염병은 14세기 중엽의 흑사병이었고, 이어 아메리카 대륙의 천연두였다.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았던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1월 말 이전 1억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며 이미 2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학우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화상을 통해서만 얼굴을 맞대는 수업이 두 학기 동안 이어졌고, 새 학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측된다. 집안에 갇혀 생활하는 젊은 학생들의 삶은 갑갑하기 그지없다. 환경뿐만 아니라 불안전한 미래는 더욱 우리를 암울하게 만든다.

  중국에서 발원하였다고 알려져 중국을 혐오하는 정서가 세계를 덮었다. 이른바 중국 공포증을 뜻하는 시노 포비아(sinophobia)라는 합성어까지 등장하였다. 지구촌을 강타한 바이러스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연일 상대를 공격하는 일에 매달려 세계를 더욱 암울하게 하였다. 선거를 맞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국면을 선거에 이용하려 하였고, 중국은 바이러스 초기 대처에 부실했던 시진핑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강경 일변도로 맞섰다.

  코로나19 상황이 만들어낸 이런 국제적인 환경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를 저지하며 올림픽을 치르려 했던 일본은 미온한 대처로 감염자가 4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1년 연기한 올림픽을 올해도 개최하기 어렵게 되었다. 동시에 한국에 강경책을 펼치던 아베 신죠도 총리직을 내려놓았다. 잠잠하던 중국의 코로나19는 다시 확진자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간 박항서 감독 덕에 이미지가 서로 좋았던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베트남의 강경책으로 혐오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는 새롭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다. 동아시아의 현재 지형은 사실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49년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일본을 중심으로 방공망을 구축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 문제의 키를 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의 오바마 혹은 트럼프처럼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 동아시아의 평화 또한 존재할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국제 관계 또한 각박해져만 가고 있다. 이 국면을 타개할 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자본과 권력을 갖고 백신을 독점하려 하면서 국가 간 격차가 커지고, 내부적으로도 빈부 간 격차는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아시아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정치인들이 내뱉는 배타적 목소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어야 하고, 더불어 우리의 어려움도 위로받아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동안 서로 마음만이라도 따듯하다면 이는 잠시일 것이다. 서로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우애를 깊게 하고 내가 버티고 살 수 있는 힘을 준다.

  졸업하는 학우들 앞에 놓인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황량하다. 새로운 직장을 만났든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학우들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지금 세상은 그렇게 우리 앞에 보이는 것처럼 장벽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에 오히려 사랑의 열매 후원 목표액이 예년보다 일찍 달성되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여러분을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여러분 자신과 모두를 믿고 움츠리지 말자.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푸른 하늘을 가슴에 담자.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