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7위입니다!’, ‘대단합니다!’, ‘세계에서 7위입니다!’ 어느 날 TV의 스포츠 정규방송 채널과 라디오에서 들려온 멘트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할 멘트였다. 올림픽에서 금, 은, 동메달 소식도 아닌, 7위의 성적을 왜 TV와 라디오에서 떠들썩하게 전하는 것일까? 그것은 석사 시절 어학연수로 캐나다 벤쿠버에 머물렀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1위 정도는 해야 스포츠 뉴스에서 기뻐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 2, 3위의 소식은 ‘기쁘지만 안타깝게도 2, 3위에 그쳤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를 통해 접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세계 7위는 기삿거리도 되지 않는 뉴스다.

  문화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캐나다에선 세계 올림픽 1위의 금메달도 대단하지만 7위 또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우수한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국가를 대표한 선수의 땀과 노력을 인정하고, 결과보다 그 과정에 찬사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캐나다에선 다양한 스포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기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긴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접해온 스포츠는 승패를 가르는 경쟁 속에서 승자만이 기쁨을 누리는 스 포츠였다. 패배한 감독과 선수들은 국민과 팬들에게 늘 죄인의 모습을 보인다. 또한 승리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면 금세 해당 종목은 인기가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게 된다. 그간의 땀과 노력이 투자된 과정은 인정받지 못하고 결과만 중시되는, 오직 1등만이 존재하는 승리지상주의 문화가 곧 우리나라 스포츠 문화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5, 60년대 정치⋅경제적으로 국위 선양을 위한 스포츠로 성장했기 때문에 승리지상주의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승리지상주의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올림픽 10위의 나라,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멋지게 개최한 나라, 일명 ‘스포츠 강국’을 만든 저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승리지상주의는 오늘날 체육계의 폭력, 도핑, 스포츠 종목의 양극화, 비인기 종목 선수 수급부족 등 여러 역기능들을 야기하기도 한다. 체육계의 정책도 성적이 우수한 종목과 인기종목에는 예산 및 인프라 지원을 많이 하지만 성적이 저조하거나 비인기 종목에는 예산조차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실정이다.

  언론 또한 인기종목 스포츠 위주로 소개하거나 방송에 노출한다. 이에 우리는 인기 스포츠에만 열광하게 된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은 생활스포츠 현장에서 한정된 종목만 알게 되고, 접하고, 즐기게 된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우리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결국 생활체육 현장에서도 시설, 프로그램, 지도자 등 인기종목의 인프라에 비해 비인기 종목의 인프라는 부족하다. 대부분 인기종목들의 스포츠 시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비인기 종목들은 스포츠시설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기 힘들다.

  20대 시절 숭실대 캠퍼스에서 전공수업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비인기 종목인 인라인하키를 접하게 됐다. 빠른 스피드의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하키처럼 스틱과 퍽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였다. 이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 당시 동기, 후배들과 인라인하키 동아리를 결성했다. 매주 캠퍼스에서 연습하며 전국 인라인하키 동호회 리그 전에 참가해 숭실대 팀으로 전국 우승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전국대회를 준비하려니 정식 인라인하키경 기장에서 연습해야 했다. 인라인하키는 비인기 종목 이다 보니 서울 근거리에서 정식 경기장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결국 인천과 안산, 일산으로 매주 팀 연습과 대회를 치르기 위해 먼 길을 다녀야만했다. 승용차가 있는 직장인 동호인들은 먼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팀은 모두 20대 학부생들이라 무거운 장비를 들고 약 한두 시간 전철과 버스로 전전긍긍해야 했다. 우리에겐 이런 많은 제약이 있는 스포츠였지만 젊은 20대들의 가슴 뛰게 한 스포츠였기에 우리팀 모두 캠퍼스 시절이 행복했다. 지금은 젊은 시절의 추억거리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인기 스포츠의 매우 서글픈 현실을 말하는 소위 웃픈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는 20대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삶의 행복과 즐거움,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흥미롭고 숨은 매력이 있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이 칼럼에서 내가 학부시절 숭실 캠퍼스에서 경험한 20대 젊은이들이 열정을 쏟을 수 있고 삶의 행복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비인기 종목의 매력적인 스포츠들을 소개하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속 건강에 대한 관심과 움직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는 시기에 홈 트레이닝도 당연히 좋지만 팬데믹의 힘든 시기가 끝나면 멋지게 한 종목 한 종목 즐겨보기 바란다. 특히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들에게는 10대 때 경험하지 못했던 가슴 벅차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스포츠 종목 하나쯤 여가시간에 즐길 수 있는 안내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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