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이주엽 저
『몽골제국의 후예들: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이주엽 저

  몽골제국이 붕괴한 이후 이 거대한 옛 국가의 영토에 서는 어떠한 역사가 지속되었을까?

  칭기스 칸과 그의 후예들은 동서로는 만주에서 동유럽에 이르고, 남북으로는 북극해에서 남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중앙유라시아 지역 중 절반 이상을 통치하는 대 제국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대 제국의 크기에 압도되어 경외하기도 하고, 무자비한 살육과 통치에 경악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국은 붕괴했다. 제국의 몰락과 함께 이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졌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서두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중앙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자극이다. 국판(A5) 크기에 350쪽이 넘지 않는 아담한 책이지만, 여기에 들어있는 내용은 만만하지 않다. 그것은 이주엽이라는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중앙유라시아 연구자가 집필한 심도 있는 연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지역과 그 역사에 대한 우리의 무지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가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지식의 깊이를 확대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준다. 까다로우나 훌륭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아쉬운 점도 있다. 중앙유라시아 제국들을 다루며 인도의 무굴제국, 러시아의 모스크바대공국도 제시하면서 마지막 유목제국이라고도 불리는 준가르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 몽골 부족과 칭기스 칸 일족이라는 지배층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의 지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몽골제국 붕괴 이후 중앙유라시아 지역에서 전개된 수많은 국가들과 민족들이 남겨놓은 활동과 흔적이라는 피륙들을 깔끔하게 마름질하고 굵은 실로 튼튼하게 꿰서 걸치기 좋게 만들어 놓은 장인의 작품임도 분명하다. 장담컨대, 이 책은 국내에서는 여전히 익숙지 않고 연구가 깊지 않은 중앙유라시아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에게, 역사 자체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일반인에게 부족함을 가려주는 담백한 가리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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