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저
『변신』 프란츠 카프카 저

  『변신』이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러나 그의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편 「법 앞에서」이다. 우화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쪽 분량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법(法) 앞에 문지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어느 시골남자가 이 문지기에게 와서 법 안으로 들어가기를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그에게 지금은 입장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려운 단어, 복잡한 문장, 지적 유희를 찾아볼 수 없다. 간결하고 소박하다. 독일어를 두어 해 배운 사람이라면 직접 카프카의 독일어 표현을 읽어낼 수 있을듯하다.

  과연 저 시골남자는 법 안으로 들어갔을까? 그러지 못했다. 온갖 시도를 하며 법 앞에서 평생을 기다렸음에도 그는 결국 법안으로 들어가는 허락을 받지 못한 채 임종을 맞는다. 그리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 시골남자가 문지기에게 묻는다. 모든 사람들이 법을 얻고자 노력하는데, 도대체 왜 긴 세월동안 법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온 사람이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었냐고. 그 이유를 문지기가 시골남자에게 말해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는 끝났는데, 독자의 머릿속에는 ‘근데 왜?’라는 물음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문지기의 대답은 어찌 보면 카프카가 쳐놓은 덫과도 같다. 이 덫에 걸린 독자는 끝난 이야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나하나 되짚으며 시골남자가 법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는지를 찾아 헤맨다.

  결코 간결하고 소박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문 하나를 열고 들어온 골방이라 생각했는데, 문지기의 대답을 읽는 순간 작은 골방이 카타콤베의 미로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무수한 해석이 펼쳐질 수 있으면서도 정답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거대한 미로를 간결하고 소박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참고: 「법 앞에서」는 1914년에 집필됐으며, 원래 미완성 장편소설 『소송』에 삽입된 이야기였다. 국내에서는 『소송』에서 혹은 카프카의 중편이나 단편들을 번역한 책에서 「법 앞에서」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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