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와 미환은 1998년부터 ‘임의의 상대방을 선택해 맺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본교의 수의계약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어긴 명백한 위법행위이다(본지 1256호 ‘교육부, 본교와 미환 간의 수의계약은 법률 위반’ 기사 참조). 이러한 사실이 공론화되지 못한 채 20년이 넘게 흘렀다. 마침내 지난해 7월 교육부가 조사를 통해 수의계약을 인정하면서 계약 연장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본교는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장범식 총장 인수위원회가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본지 1263호 ‘6개월의 무게’ 기사 참조). 그후로 5개월이 흐른 7월이 되어서야 수의계약은 종료됐고,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시정조치를 받고 일반경쟁입찰을 도입하기까지 약 1년, 새로운 계약을 맺기까지는 24년이 걸린 셈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는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불법을 탈피하게 됐다.

  그러나 그저 불법에서 벗어났을 뿐 현실은 처참했다. 불법적인 수의계약이 ‘시간을 핑계로’ 연장돼왔던 지난 5개월 동안, 본교는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유기적인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의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지난 2월부터 본교는 한국노총 노조/한국공공사회산업노동조합 숭실대학교관리지부(이하 한국노총 노조)에 ‘결정을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에 한국노총 노조는 학교의 사정을 고려해 시위를 철회했다. 본교는 민주노총 노조 숭실대학교 분회(이하 민주노총 노조)와 만나주지도,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조차 전해주지 않았다. 두 노조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본교에 물었다. 그러나 본교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고, 인터뷰 요청은 ‘바쁘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으며, ‘기억이 안 난다’고 잡아뗐다. 외부에서 소리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단절된 채 밀실에서 결정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은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이다. 100명이 넘는 본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그저 본교의 결정에 따르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본교 총장이 6번이나 바뀌었던 지난 24년이라는 세월의 종지부를 찍고 100여 명의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중대한 결과에, 그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도 입을 막은 채 어떠한 말 조차 하지 않는 ‘함구무언’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숭실’이라는 두 글자가 부끄럽기에도 마땅하다. 우리는 이렇게 부끄러운 학교에 몸담고 있다. 열심히 취재했지만 부끄러움 밖에는 전할 내용이 없어 독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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