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화)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일반대학 136개교와 전문대학 97개교를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했다. 반면 하위 27%에 해당하는 52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지 못했다. 미선정 대학은 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한다(본지 1274호 ‘본교,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 기사 참조).

  그러나 이 결과를 두고 미선정 대학들은 ‘수도권 역차별’, ‘정성평가 근거 미공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인하대와 성신여대를 포함한 대다수의 미선정 대학은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선정 대학은 ‘부실대학 낙인’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미선정 대학은 3년간 총 150억여 원의 정부 재정을 지원받지 못하며, 추후 적정 규모의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대학들은 ‘부실대학 낙인’이 찍히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앞서 지난 5월 교육부는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발표했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은 일반재정지원뿐 아니라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도 제한되며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조차 참여할 수 없었다. 이와 달리 미선정 대학은 일반재정지원만 제한되며 특수목적 재정지원 사업에는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재정지원제한 대학만을 부실대학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 발표 이후 미선정 대학에도 ‘부실대학’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확산되면서, 미선정 대학에 부실대학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이로 인해 미선정 대학들은 대학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고 있으며, 소속 학생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인하대와 성신여대 등 수도권 대학이 탈락해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미선정 대학 52개교 중 47개 대학은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미선정 대학은 오는 10일(금)부터 시작되는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교육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이번 평가 결과는 미선정 대학의 수시와 정시 모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역별 평가에 수도권 대학은 ‘역차별’ 주장

  대학가에서는 평가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평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대학을 5개 권역(△수도권 △대구·경북·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으로 나눠 평가했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의 90%는 권역별로 경쟁해 선정됐고, 나머지 10%만 전국 단위로 경쟁해 선정한 것이다.

  이에 일부 수도권 소재의 미선정 대학은 역차별을 받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평가하면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될 수 있지만, 권역별 평가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명백한 수도권 대학 역차별로 인해 인하대가 지역할당제의 희생양이 됐다”며 “권역별 평가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성평가 객관성 의문 제기돼

  평가 결과에 반발한 대부분의 대학은 정성평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성평가는 대학의 정성적인 노력을 진단하는 방식인데,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없어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 이번 평가에서 교육부가 평가 이유를 밝히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더 커졌다.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선정 대학에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나 미선정 대학에 공개된 정보는 지표별 취득 점수일 뿐, 평가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각 영역에서 취득한 점수만 적혀있고, 평가 이유는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도 난항을 겪었다. 이의 제기를 위해서는 평가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근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선정 대학은 이를 제공받지 못해 문제 제기 자체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전국 52개 미선정 대학 총장단은 “극히 제한된 점수들만 공개돼 이의 제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며 “평가 과정이 불투명하며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평가는 우수, 역량진단에서는 미흡
 
  미선정 대학들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대해 다른 평가 결과를 근거로 반박하기도 했다. 인하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평가에서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의 교육과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이하 ACE+)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ACE+ 중간평가 결과 타 대학 평균(89.89점)보다 높은 91.34점을 받았고, 수도권 대학 14개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인하대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영역에서 20점 만점에 13.4점(100점 기준 약 67점)을 받았다. 교육과정 운영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ACE+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결과였다. 인하대 교수회 이승배 의장은 “ACE+ 사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성신여대도 과거 평가와 상반된 결과를 받았다. 지난 2018년 성신여대는 교내 각 주체가 총장 선출에 직접 참여하는 민주적 총장직선제를 통해 사학혁신을 이뤄내 교육부의 사학혁신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 영역인 ‘구성원 참여 소통’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미선정 대학 반발 이어져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면서 대학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인하대는 지난달 20일(금)부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반발하는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인하대는 시위를 통해 교육부에 가결과 이의 신청을 즉각 수용하기를 촉구했다. 성신여대도 캠퍼스 내에서 평가 결과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군산대, 위덕대 등 미선정 대학들도 교육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반발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 3일(금)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결과를 확정했다. 미선정 대학들의 이의제기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일부 미선정 대학은 교육부에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파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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