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목)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가 ‘제2의 故 홍정운’ 재발 방지 대책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인스타그램
지난달 14일(목)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과 특성화고권리연합회가 ‘제2의 故 홍정운’ 재발 방지 대책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인스타그램

  지난달 6일(수),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이 요트업체 현장실습 과정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실습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현장실습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수) 교육부는 전남교육청·고용노동부와 함께 해당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의 학교와 실습 업체 모두 현장실습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의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이하 현장실습 매뉴얼)’에 따르면 고등학교 현장실습운영위원회에는 시민단체나 학부모 등 외부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지만, 해당 학교의 경우 학교 구성원과 학교 전담 노무사만 포함한 것이다. 또한, 현장실습 매뉴얼은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수 관련 면허가 없는 실습생에게 작업을 지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습 업체가 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는 오래전부터 문제 돼왔다. 지난 2017년에는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제주 현장실습 고등학생이 기계에 몸이 끼여 희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이후 정부는 관련 대책으로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발표해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의 내용을 수정하고, 현장실습 업체를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으로 나누었다. 해당 규정에 따라 정부는 실습 지도와 안전관리 등이 확보된 기업을 선도기업으로 선정한 뒤, 선도기업에만 고등학생 현장실습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조기 취업 기회를 줄인다는 이유로 2년 만에 유야무야됐다. 지난 2019년 교육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참여기업도 현장실습생을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무사의 현장 점검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선도기업과 달리 참여기업은 노무사의 동행이 학교의 선택에 따라 생략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실습생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실습 업체 선정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어 현장실습생의 인권을 경시하는 사회적 인식을 지적하는 의견도 계속된다. 현장실습생의 경우 교육 또는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뿐더러 많은 기업이 관련 근로기준법에 맞게 대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 현장 실습생 사망 사고 및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0조에 따르면 18세 미만인 청소년에게 잠수작업 등 위험한 작업은 지시할 수 없으며 산업안전보건법 제140조에 따르면 잠수작업은 △자격 △면허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의 경우 표준협약서에 명시된 노동시간을 초과해 근로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대학생 현장실습의 이른바 ‘열정페이’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생의 무급 현장실습 비율은 △2018년: 37.6% △2019년: 37.8% △2020년: 40.4%로 계속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기존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 규정에는 ‘현장실습에 소요되는 비용의 산정 및 부담 방법 등은 대학과 실습 기관이 협의해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이러한 규정으로 실습생의 노동을 학점으로 대신하는 사회적 통념이 확대되면서 실제 노동 현장에서도 교육을 명분으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노용필 교육평론가는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라며 “부족한 일손을 돕는 노동 인력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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