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J.R.R. 톨킨
『반지의 제왕』 J.R.R. 톨킨

  이 소설은 악한 권력의 상징인 절대 반지를 둘러싼 투쟁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반지의 위력과 마주한다. 간달프, 아라코른, 갈라드리엘처럼, 반지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는 고귀한 존재들이 있다. 고귀한 자의 손에 있다고, 악이 선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악이 될 뿐이다. 끝내 타락한 사루만과 달리, 이들은 이런 악의 본질을 통찰했고, 또 자신의 한계도 잘 알았다.

  반면 반지를 갈망하는 이도 있다. 권력을 탐내는 사우론과 사루만, 반지에 사로잡힌 골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선한 이에게도 힘은 절실하다.

  사우론의 위협에 직접 노출된 곤도르의 보로미르가 그렇다. 그는 반지의 위력이 사우론의 악을 이길 유일한 무기라 믿는다. 그리하여 반지 자체가 악의 힘이라는 사실을, 그 악으로는 악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를 거부한다.

  그는 반지 탈취에 실패하고, 원정대가 와해된 후에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반면 동생 파라미르는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반지가 궁극적인 답이 아님을 깨닫고, 프로도의 여정을 돕기로 한다.

  프로도와 샘은 반지를 지고 어둠의 왕국으로 간다. 밖에서는 선한 세력과 악한 군대가 맹렬히 싸우지만, 세계의 궁극적 운명은 가장 약한 종족인 호빗들의 처절하면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여정에 달려있다. 악의 힘을 없애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 물론 이들이 “약하다”는 건 욕망에 비틀린 사고가 빚어낸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사실, 이들처럼 강한 존재도 없다. 악에 맞서는 용기, 절망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인내, 연약한 존재를 향한 연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들, 악을 그 근원에서부터 제거하는 소중한 힘들이다.우리 사회는 유능한 기능인을 기대한다. 사우론의 욕망을 섬기는 “오르크”들의 파괴적 생존법이다. 『반지의 제왕』은 선과 악에 관한 물음을 강요한다. 그리고 인간으로 사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다움을 잃어버린다면, 그 뒤엔 무엇이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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