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필리핀 해외봉사단

 올해 1월 15일 필리핀 해외봉사단 2기가 산마르셀리노 필리마을을 다녀왔다. 12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1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당시의 기억은 모두에게 가슴깊이 추억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봉사단원들끼리 바쁜 생활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같이 식사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해외봉사단 3기가 꾸려진 지금, 그들의 소중한 추억을 엿보자. 

 

▲ 필리핀 해외봉사단 2기의 주요 봉사 업무 중 하나는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었다. 건물을 지을 터를 닦는 것부터 시멘트 만드는 일까지 23명의 PSY 팀원과 필리핀 현지 인부들이 함께 했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우리 봉사단이 일을 너무 열정적으로 해 현지 인부들이 그 속도를 따라오느라 애를 먹었다는 것. 아쉽게도 비가 잦은 날씨 탓에, 지붕까지 올린 완공된 건물의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필리마을 현지 목사님의 얘기에 따르면, 현재 건물은 숭실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교실로 잘 활용되고 있다고.

 

 

▲ 오래된 건물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것은 여학생들의 몫이었다. 다들 페인트칠을 해본적이 없는지라, 처음엔 독한 페인트 냄새와 온 몸에 튀는 페인트 덩어리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2~3일이 지나고 어느새 다들 능수능란해져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일을 마쳐 기나긴 휴식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휴식시간이 지루했던지 삽을 들고 남학생들 무리에 섞여 고된 일을 돕던 여학생도 있었다. 그런 여학생들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오래된 화장실 페인트칠. 여학생들이 맡은 건물 모두를 페인트칠하는데 걸린 시간과 화장실 한 곳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 비슷할만큼 힘들었단다.

 

▲ 필리마을에는 숭실street이 생겼다. 마을사람들이 전하는 크나큰 감사의 표시였다. 작은 푯말 하나일 수 있지만 필리마을 지도에 숭실street이 있다는 것, 이는 필리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엔 항상 숭실이 담겨있으며 항상 우리를 추억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PSY팀은 12월 한 달 간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문화공연을 준비했다. 태권도, 사물놀이, 난타, 춤, 합창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필리마을 주민들도 문화공연 당일을 마을축제날로 정해 춤과 노래 등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뿌렸다. 문화공연 당일, 필리마을 촌장은 우리에게 취소를 권했지만 우리의 선택은 강행이었다. 일단 시작하면 혹시나 비가 그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섞인 결정이었다. 비는 끝내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더 아름다웠다. 비를 맞고 있는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읽었는지 현지 주민들도 하나 둘 우산을 거두고 함께 춤을 췄다. 이 날의 춤사위는 12박 1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와 필리마을 주민들 모두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음을 보여줬다.

 

▲ 봉사단이 방문한 필리마을은 컴퓨터를 접하기 어려운 부족 단위의 마을이었다. 이 곳에 컴퓨터가 처음 들어 간 것도 우리학교 필리핀 봉사단 1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1기가 다녀간 후에도 필리핀 아이들은 컴퓨터를 할 수 없었단다. 현지에 컴퓨터 전문가가 없어 고장난 컴퓨터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 멀쩡한 컴퓨터도 드물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의 상태도 처참했다. 컴퓨터 교육팀은 예상치 못한 컴퓨터 수리로 2~3일을 소요한 채 그 시간을 메꾸느라 일정 내내 진땀을 빼야했다.

 

▲ 일정 마지막 날은 서로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마을 아이들에게 풍선으로 갖가지 모형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하고 사물놀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 날 아이들이 우리와 많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 나름의 인기투표라도 했는지 유독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남학생도 있었던 반면 시종일관 아이들의 외면을 받는 남학생도 더러 있었다. 떠나는 날을 하루 남긴 날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훔치는 아이도 깨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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