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여 년째 동결된 등록금은 차치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미달 사태는 대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으며 실제로 작년 입시에서 많은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정원 충원 못지않게 들어온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는가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비단 취업률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활동할 때 그 대학의 평판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 졸업생 평판이 하락했다는 보도는 한국 대학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업무와 관련된 능력만이 아니라 인성이나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의 사회성의 요소에서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 대학생들보다 뒤쳐진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학점이나 스펙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과 함께 집단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는 점은 대학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학점 따기에 쉬운 과목을 골라 듣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대학으로서도 전공이나 전문지식은 인터넷의 발달로 강의실 밖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에 그동안 대학이 누렸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특권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수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분류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기업들은 요구한다. 기업이 지적하는 또 다른 점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시험 성적이나 등수 등 경쟁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기중심적이고 남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답만 고르는 공부와 시험에 익숙하다보니 예상 밖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길 수가 없다. 하지만 이는 학교만 탓할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사회에도 그 책임이 있다. 대학은 끝이 아니라 더 크고 냉혹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소라는 것을 너무 쉽게 잊는다. 취업을 위해 대학생들은 휴학까지 하며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지만 인사담당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이다.

  대학도 현재의 교육 방식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취업이 잘된다고 생각하는 학과로 학생들이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학과의 교과과정을 수료하면 어떤 인재가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제공해야 한다. 예전처럼 학과 공부만 잘하거나 학점이 높다 해서 취업이 잘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현재의 대학생들이 고등교육이나 전문지식 습득보다 취업을 중시한다면 대학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앞길을 결정하고 그를 뒷받침할 자기설계융합전공을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해진 자리를 놓고 다투는 한국을 벗어나 세계의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인 만큼 글로벌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다. 교육부가 요구한 정원 조정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가이다. 학생이 강하고 만족하는 대학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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