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강의 죽음」 케네스 브래너 감독
「나일 강의 죽음」 케네스 브래너 감독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 저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2017년 영화화되며 헐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성공 이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다시 한 번 감독이자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로 분하며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작품이 모든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추리물이지만 ‘사랑’이라는 만국공통의 소재를 영화 전반에 짙게 깔며 에르큘 포와로라는 인물도 함께 평가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을 포와로의 젊은 시절에서부터 시작한다. 1차 세계 대전에 참가한 포와로는 새의 움직임을 보고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고, 기습작전을 승리로 이끄는 주역이 되지만 이 과정에서 얼굴에 커다란 부상을 입고, 전쟁으로 사랑하는 여인과도 이별하게 된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도 포와로는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어떠한 사랑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냉철하면서도 오차 없는 명탐정으로서 명성을 떨치던 포와로는 이집트 휴가 중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 남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동행하게 된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상속녀 리넷과 그녀의 약혼자 도일, 그리고 한때 도일의 옛 약혼녀이자 리넷과 둘도 없는 친구였던 재키가 바로 그 엇갈린 운명의 주인공이다. 남편과 함께 한 이집트 신혼여행까지 쫓아온 재키뿐만 아니라 신혼 여객선의 승객들은 모두 리넷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가 진행되며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마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계급과 신분을 넘나드는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을 관통하며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동시에 거대한 스케일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여객선 세트의 웅장함이 65㎜ 카메라에 담긴 나일 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나며 시각적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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