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 30대를 타깃으로 한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이슈가 된 일이 있다. 나 또한 학생 시절 이 빵의 스티커를 모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불황으로 혼란과 부재를 느끼고 있는 세대에게 같은 추억을 상기시킴으로써 동질감을 형성하며 소속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이 이러한 경험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다루는 것과 다르게, 박물관은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목표로 이러한 경험을 대상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첫 기획전시는 2019년 《反芻 반추상 : 1999-2004 작고미술인》 전시였다. 사후 미술계에서 10여 년간 회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실되어 가는 한국 미술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정리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철학자 조요한(1926-2002) 전 숭실대 총장을 알게 되었다. 전시에서는 조요한을 한글을 사용할 수 없던 일제강점기에 출생하여 평생 미(美)와 한국미에 대한 탐구를 지속한 미학자로서의 측면에 초점을 두어 소개했다. 현재 50대 초반의 한 평론가의 조요한 회고원고를 통해 1973년 초판이 발행되었던 그의 저서 『예술철학』이 한국 지성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시에는 녹여내지 못했지만, 또 다른 감동이 있었던 것은 그의 삶이었다. 

  군부정권 아래에서 ‘지식인 103인 선언’ 서명으로 해직되었다가 5년 만에 복직되고 “재수”(당시 언론보도에서 스스로 사용한 표현) 총장으로서 어려운 여건에서 학교를 위해 수고한 실천가의 삶도 인상 깊었다. 실제로 같은 시공간을 경험한 직전 세대 중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아간 이에 대한 경험을 관람객과 공유할 때 상호 긍정적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을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느낀 한계도 분명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지 못했다. “이전 세대들이 기억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들과 함께 기억됨이 없으리라”, 성서의 구절처럼 유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시대는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작아 보일지라도 ‘신성’은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내 뒤편 서가에는 내게 자주 기획의 영감을 주는 ‘작은 빛’, 2003년 발행 3판 『예술철학』이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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