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도그」제인 캠피언 감독
「파워 오브 도그」제인 캠피언 감독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의 영예는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하여 30여 개의 상을 수상하며 12년 만에 돌아온 제인 캠피언 감독은 1993년 영화 <피아노>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감독 타이틀에 걸맞게 화려한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영화 <내 책상 위의 천사>(1990), <여인의 초상>(1996), <인 더 컷>(2003), <브라이트 스타>(2009) 등에서 억압과 폭력의 주제를 다루어 왔던 제인 캠피언 감독은 복귀작에서도 억압과 폭력이 잔존하는 시대상 속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더하며 그동안 집중해 왔던 메시지에 다시금 주목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20년대 미국 서부 몬태나주의 한 목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복수극이자 대형 목장을 운영하는 필의 삶과 죽음이 스토리의 가장 큰 축이 된다. 목장주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있어 세상은 야생 그 자체이다. 카우보이의 리더로서 그는 거칠고 강압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행동에 거침이 없다. 태워버릴 지언정 인디언에게는 가죽을 팔지 않을 정도로 무례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반대로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는 형의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 목장의 실질적 경영주로 섬세하고 이타심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 형제의 삶에 미망인 로즈(커스틴 던스트)와 그녀의 아들 피터(코디 스밋맥피)가 끼어들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조지와 로즈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부터 두 모자에 대한 필의 괴롭힘이 시작된다. 유약하고 연약해 보이는 아들과 로즈를 쫓아내기 위해 필은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로즈를 압박하게 된다. 이윽고 로즈는 필의 발소리만 들어도 극도의 불안증세를 내비치고, 술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낸다. 유약했던 소년은 모욕당하는 엄마를 구하고자 탈출과 복수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고 내 소중한 것을 개의 힘(세력)으로부터 구하소서.’ 성경의 시편 22장 20절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영화의 제목처럼 피터는 그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고 계획된 복수를 행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한다. 친부의 재능을 물려받아 의대에 진학하고, 책을 탐독하며 토끼 해부쯤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 반대로 마초 그 자체였던 필은 성 정체성이라는 약점으로 인해 피터와의 관계가 전복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협을 제일 먼저 감지하던 리더에서 본인의 위험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남자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필이 피터에게 마음을 열고, 남자로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전수하며 라포를 쌓아가는 순간도 피터에게는 오직 복수의 단계 중 하나였을 뿐이다. 결국 개의 세력은 피터도 필도 아닌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세상이라 말할 수 있다. 악인처럼 느껴지는 필조차 성적 소수자였고, 그 또한 과거의 속박과 시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나약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제인 캠피언 감독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인물들의 내면과 억압과 폭력의 관계를 섬세한 심리극의 형태를 빌려 예리하게 연출하고 있다. 실제 촬영 장소였던 뉴질랜드 사우스 아일랜드의 아름답고 광활한 풍광과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 앙상블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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