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는 집단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그 의견들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회사원들이 사내 게시판이나 자유 게시판을 비롯해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를 이용하듯 대학들도 각 대학의 커뮤니티, 대나무숲, 에브리타임 등을 이용하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거의 대부분 익명으로 운영되는 이런 게시판은 장점도 존재하지만 악성 댓글이나 지나친 표현 등의 문제점도 있다. 작년에는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치권에서 인터넷 준실명제인 ‘아이디 공개 의무화법’이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되었는데 한국에 기반을 둔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작성자의 계정명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이다. 악성 댓글 방지를 위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대해 조사 대상의 약 80%가 찬성했다는 2020년 11월의 한 여론 조사도 있었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으며, 악플 방지 효과도 미미하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반대의사를 표했다.

  익명 게시판의 장점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회사원들이나 대학생들 모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평소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도 익명이라는 장점을 살려 표현할 수도 있다. 남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고 공감하는 이들과 댓글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그릇된 것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사용된다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익명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그릇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글을 게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하게 말하면 아무 말이나 거리낌 없이 뱉어내는 저급한 욕망의 배출구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기에 이용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말과 글은 우리의 됨됨이를 반영한다. 글이나 말에도 품격이 있다는 말이다. 속내를 모르기에 겉으로 드러난 언행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평소의 언행이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여긴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있지도 않은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미고 거짓을 사실처럼 만들거나 중상모략을 일삼는다면 스스로의 인격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욕되게 만든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말과 글 역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품격이라는 단어의 품자는 말하는 입 세 개로 이뤄져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이룬다고 선인들이 여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언행이 중요하며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처럼 말의 전파력이나 영향력은 무섭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욕하는 바보는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없는 만큼 언행을 조심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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