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내게 묻는다. “선생님. 제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걸까요?”. 나는 가슴이 철렁한다. 글쓰기에 관한 얘기만 주고받던 우리 사이에 훅 들어온 질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는 사람에게 행복은 없다.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자기만의 방은 지금 무엇으로 가득할까. 
  서사 구축을 가르치면서 우선으로 세운 원칙이 있다. 1. 주제를 정할 것. 2. 결말을 정할 것. 3. 인물의 욕망을 정할 것.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동시에 가장 빈번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각각의 스텝을 차근차근 밟아 가도록 유도한다. 
  주제는 자신이 SNS에 썼던 한 줄 고민, 듣고 마음이 녹았던 문장 하나여도 좋다. 그러나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제와 소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을 주제로 할게요!”. 학생이 당당하게 말해도 나는 고개를 젓는다. 주제는 구체적이고, 주제를 통한 서사 발상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노트북>을 쉬운 예시로 많이 든다. “운명적 사랑은 인생의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든다”. 구체적이고, 서사 발상이 가능하다. 
  결말을 주제의 다음 순서로 정하는 이유가 있다. 결말은 주제가 도출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인물이 결말까지 향하기 위해서는 욕망이 필요하다. 
욕망. 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다시 펜을 멈춘다. 인물의 욕망에 스스로 공감해야 하는데, 대체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이때는 나도 잠시 말이 없어진다. 나조차도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18, 19세의 아이들은 코로나를 겪으며 무기력을 배웠다. 어른인 나조차도 희망을 품기 두렵다. “너희는 무엇을 욕망하니?”. 질문을 바꾼다. “너희는 무엇을 소망하니?”. 이어 설명한다. 글쓰기 안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고. 인물이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인물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 이루려고 노력했던 과정을, 관객은 간직할 거야”. 사실은 삶도 이와 닮아있다고 덧붙이지 못한다. 우리 모두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으나 실패한 적이 많다는 것을.  
  슬픔일까? 아이는 울고 있다. 닫힌 마음의 빗장 열리며 무언가 쏟아져 내린다. “느끼는 감정에 틀린 것은 없어요”. 내 말에 아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아이가 행복해졌으면 하지만, 그것은 조연의 바람일 뿐이다. 주인공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4번째 원칙을 세운다. 글쓰기를 멈추지 말 것. 마음이 아파도, 절망의 순간이 와도. 아마 글을 쓰다 보면 해피 엔딩에 도달해 있을 테니까.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