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에 차질을 경험했던 대학가는 새 학기 들어 대면수업 시행과 한층 완화된 방역수칙 적용 등으로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또한 등록금 인상, 각종 규제 완화, 대학설립과 운영규정을 전면 개정하는 논의도 활발하게 개진되는 등 예년에 비해 대학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에 발표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아서 본교도 이에 대한 대책 강구를 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2년 고등교육기관의 재적학생 수는 일반대나 전문대 모두 감소를 했다. 또한 전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최근 몇 해 동안 매년 20만 명 가량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으며 학사학위취득 유예생도 1만6천여 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평가에서 중요 지표의 하나로 꼽히는 재학생 충원율과 유지충원율을 고려한다면 많은 대학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본교에서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여겨 각 학과들의 협조와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런 사회적인 요인 외에 대학이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매체와 특히 대학들이 줄기차게 제기한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정책만 쏟아내고 있을 뿐 정작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초등학교보다 훨씬 못하다는 OECD 통계가 말해 주듯 한국의 대학은 초등학교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재정지원을 하려 해도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의 일부를 이용하기로 했으니 한국의 대학은 푸대접을 넘어 무시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있을 리 만무하며 정부에서 이를 바라는 것은 몰염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국가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은 지식이 밑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지식을 형성하거나 만드는 곳은 대학이다. 지식 형성은 정치적 논리나 사회가 요구에 의해 획일적인 관 주도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식 전달과 창출을 담당하는 학자들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논쟁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또한 지속적으로 수정되며 발전하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이나 수준 높은 지식을 창출하려면 그에 걸맞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을 바라는 이전 시대의 경박한 풍조가 지배하고 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을 예전에 있었던 과거지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되새겨야 할 말이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은 대학이 담당하고 사회는 그를 바탕으로 응용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아울러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고사가 있듯 학문의 우열이나 효율성, 실용성만 따지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쓸모없는 학문이나 지식은 없다는 점을 특히 교육 정책 수립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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