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조던 필 감독
「놉」조던 필 감독

  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놉>은 스펙터클로 가득하다. 영화는 SF 장르이자 호러 스릴러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할리우드의 쇼 비즈니스 산업의 병폐를 탐색하기도 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나쁜 기적’이라는 모순적 주제처럼 영화는 온갖 다층적인 상징을 선보이며 해석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감독은 이전 작인 <겟 아웃>, <어스>에 이어 이번 작품도 흑인 배우를 주연으로 한 ‘블랙 호러’를 연출하며 그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이어나간다. 영화는 UAP(미확인 공중 현상)로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여의고, 가족 목장의 운영자가 된 OJ 헤이우드(다니엘 칼루야)의 이야기다. 헤이우드 가문은 훈련된 말을 TV 제작에 조달하며 명성을 만들어 나갔지만 CG라는 간편한 대안책이 주를 이루게 된 지금, 가문의 말 사업은 더 이상 여의치 않아진다.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케케 파머)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현상에 주목하게 되고, 이를 촬영하여 돈을 벌고, 다시금 미디어의 주류로 환승하고 싶어 한다. 미스터리한 ‘그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1시간까지도 정체를 알기 힘들다.

  걸작들을 다채롭게 오마주 하며,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정수를 선보인다. ‘그것’의 정체가 밝혀진 후부터 남매는 UAP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할리우드의 촬영감독과 CCTV 설치 점원이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그것’을 유인하고, 사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그것’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존재이자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압도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마치 토착민으로부터 땅을 빼앗고, 새로운 역사를 세운 서양사의 민낯이 그러하듯 ‘그것’도 할리우드의 영화사업도 기존 질서를 무자비하게 먹어치워 간다. 그렇기에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흑인 남매가 구시대의 상징이자 가장 오래된 수동 우물 카메라로 ‘그것’을 포착하는 장면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동시에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소재들을 하나의 구심점에 연결시키며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 조던 필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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