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감독
「헌트」 이정재 감독

  2022년은 그야말로 이정재의 해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비영어권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영화 <헌트>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도 마쳤다. 게다가 <헌트>의 국내 관객 수 가 430만을 돌파하며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사로잡았다. 성공의 동력에 많은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무엇보다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정우성과 이정재의 만남을 예로 들 수 있다. 4년간의 <헌트>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김정도 캐릭터 에 정우성을 낙점해 두고 공들인 만큼 영화 <헌트>는 캐릭터와 연기, 연출에 있어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또한 이정재 감독은 1983년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영리하게 줄타기한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첩보물이라는 영화의 장르를 활용하며 오롯이 역사만이 아닌 인물 개인의 갈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 속 등장하는 민주화 운동과 안기부, 아웅산 테러 역시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배경을 태국으로 바꿨다. 테러 직후 테러리스트와 총 격전을 삽입하며 실제 역사가 아닌 영화적 각색임을 영리하게 각인시킨다. 영화는 독재정권을 배경 으로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의 심리전을 다룬다.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과 스파이 색출이라는 이 흥미로운 소재는 고도의 심리전을 연출하면서도 첩보 액션 드라마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화는 냉철함을 유지하던 김정도의 평정심과 신념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부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여기서 캐릭터들은 단편적으로 소모되지 않고 입체적 면모를 선보인다. 즉 개인의 믿음과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 관객들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정재 감독은 한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삶과 신념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관객들이 충분한 거리 유지를 할 수 있도록 역사에 대한 신중한 시각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이성민 등 영화 <헌트> 속 초호화 까메오 군단을 찾는 것도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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