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숭실 토론대회 대상 수상팀 'Great Debeters' 의 반진규(경제·4), 정환희(경제·4), 김명영(경제·3) 군


 토론이 ‘기술’이 아닌 순수한 ‘노력’만으로도 우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제1회 숭실 토론대회 대상 수상팀 'Great Debaters'(경제학과 반진규·4, 정환희·4, 김명영·3)를 대회가 끝난 이틀 뒤, 다시 만났다. 이미 준결승전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20만원이라는 확실한(?) 상금을 거머쥐게 된 그들은 대회에 임하기 전 심사위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끝나고 응원해 준 친구들과 고기를 먹기로 했으니, 문화상품권이 아닌 현금으로 받았으면 좋겠다.”

 

▲ 토론대회 중 'Great Debaters' 팀

 


 대회에 앞서 긴장감을 너스레로 승화시켰던 그들은 결국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도서상품권이 아닌 현금 100만원으로 거액의 고기값(?)을 받게 됐다. 여담이지만 이날 응원해준 친구들과 함께 먹은 고기값이 40만원을 훨씬 넘어 결국 그들 손에 주어진 현금은 20만원이 채 안됐다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말 못하는 사람들의 ‘발버둥'

 숭실의 ‘말꾼’들이 모였던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오게 된 비결을 물으니 그들은 자신들이 ‘노력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단언했다. “작년에 글로벌정치경제학이라는 수업시간에서 발표를 하게 됐다. 제대로 발표하지 못 한채 사람들 앞에서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토론 소모임을 만들자고 제의했다”며 그들이 뭉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먼저 제의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번 토론대회에 함께 나갔던 반진규군. 반 군 역시 말하기엔 도통 소질이 없어 이 모임에 호의적이었다.  

 지지리도 말 못하는(?) 7인방이 모여 경제학과 토론 소모임을 만들었고, 이번 여름방학을 기점삼아 진짜 ‘토론’을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펼쳤단다. 운이 좋게도 이번 토론대회에 나왔던 주제들이 모두 소모임에서 한 번씩 다뤘던 것이라 수월한 면이 없진 않았다고. 개학 후 때마침 학교에 ‘제1회 숭실 토론대회’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이를 본 김명영 군이 재빠르게 팀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참가에 의의를 두고 다함께 출전했다. 하지만 3인 1조로 나가야 했기에 7명이었던 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었고 나머지 1명은 전체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도맡게 됐다.

 

토론의 진검승부

토론대회에 신청해 서류심사도 통과하고 예선전에 오르게 됐지만, 밀려드는 걱정에 다른 팀의 실력을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패자부활전을 참관한 이들은 소위 ‘말 잘한다’는 정외과 학생들과 철학과 학생들의 토론을 보고 움찔했다. ‘이거 웬만큼 준비했다가는 창피만 당하겠다’ 싶어 예선전부터는 친구들과 모여 열심히 준비했다. 서류접수에서 붙은 그들은 중간고사가 끝난 후, 8강전 일주일 전부터는 토론준비에 전력을 다했고, 4강 3일전부터는 아예 토론에 몰입했다. 특히나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한 토론대회의 진행방식으로 인해 발제문을 시간에 맞춰보는 연습이 계속 됐다. 색다른 토론 방식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또한 감정을 내세우며 격하게 토론을 진행하는 팀이 있다는 소문에 잠시 겁을 먹기도 했다. 허나 예선 당시 맞붙었던 ‘그래서 그랬다’의 팀원들이 먼저 “감정적으로 토론하기 보다는 주장과 논거로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준 덕분에 토론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단다. ‘그래서 그랬다’팀과의 질긴 인연(?)은 준·결승 때도 이어져 관객들에게 긴장과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예선에서 이미 만났던 팀이라 서로 더 잘 알았기 때문에 공격성 있는 발언과 언쟁을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과거 만났던 팀과 토론을 해서 마음이 편했다고 말하니 이를 몰랐던 청중들은 약간의 배신감(?)이 들 수도 있겠다.  

 

대학 생활,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자신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발전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정환희 군의 말에서 이제는 ‘말꾼’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시작했지만 계속해서 승승장구 하고나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던 그들은 결국 ‘대상’을 얻었다. 대회가 끝나고 상대팀들과 만나냐는 질문에 “따로 만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하기로 했다”면서 승자도 패자도 토론대회가 끝나면 잊는 법임을 또 다시 증명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창대했다. 특히나 ‘Great Debaters’ 중 반 군과 정 군은 4학년 대학생활의 끄트머리에서 좋은 추억을 하나씩 만든 셈이다. 그리고 그 추억은 숭실 학우들에게도 ‘노력하면 될 수 있다’라는 진부한 조언 하나를 건네줬다. 어떤 것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말 잘하는 기술’을 타고났다면 ‘토론의 기술’을 노력으로 얻어낸 이들도 없었을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이들을 만나 뜨거웠던 토론의 현장을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도전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추운 겨울이 새삼 훈훈해진 건 비단 필자의 일만이 아니길 바라본다.                           

 

▲ 시상식이 끝난 후 김명영, 정환희, 반진규 군(왼쪽부터)이 상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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