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숭실 토론대회' 현장 스케치

교수학습센터(센터장 정달영)가 주최한 ‘제1회 숭실토론대회(이하 토론대회)’가 치열한 결전을 벌인 끝에 지난 19일(수) 드디어 3주간 여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베어드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이번 토론대회의 준·결승전은 장장 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사전 서류심사를 통해 선발된 20개의 팀이 또 다시 본선 8개 팀으로, 마지막 19일에는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교정은 때 아닌 ‘토론의 열기’로 뜨거웠다. 마지막까지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 준·결승전의 학생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비록 준·결승전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선보인 모든 참가자들에게는 큰 박수를 전하고 싶다. 이제야 토론의 진정한 맛을 느꼈다는 학생부터 자신의 생각을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는 학생들까지, 때론 진지함으로, 때론 치열함으로 흥미진진했던 ‘제1회 숭실 토론대회’! 그 뜨거웠던 현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보자.                                                 편집자



제한된 시간이 너무 힘들어~

예선전에 선발된 20개 팀 모두는 새로운 토론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이름하야 숭실 토론대회만의 방식이 가미된 ‘칼포퍼 토론방식!’ 다소 생소한 방식의 토론법으로 예선팀들은 두 차례의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통해 이 토론대회의 방식을 익히는 연습을 했다.

사회자가 토론의 주제와 규칙을 설명하고 찬반양론 입장의 사람들이 ‘입론’, 상대측에 대한 ‘반론’, ‘재반론’의 순으로 진행하는,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직파식 토론방법’을 과감히 버렸다. ‘숭실토론대회’에서는 3인이 1조가 되어 발언의 순서를 토론 시작 전에 미리 정하고 발언 시간 또한 엄격히 제한하여, 여러 청중이나 전문가들 앞에서 토론의 승패를 가르는 ‘칼포퍼 토론방식’을 새롭게 제시했다. 오리엔테이션 당시 20개팀 모두 발제문들을 최대한 시간에 맞춰 준비해야 했고, 엄격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곧바로 ‘감점’으로 이어졌다. 이 방식이 도입된 토론대회를 참관한 학생들은 색다른 토론 기법을 배우고, 참가 팀들은 시간에 맞춰 자신의 논리를 표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마련됐다.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적인 말하다 보니 다소 촉박한 느낌을 받았지만, 오히려 정해진 시간 내에 핵심적인 주장과 논거만을 간결하게 드러낼 수 있어 장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토론의 장점이라면 장점. 청중들과 소통하는 데도 성공했다. 참석한 청중들은 나누어준 심사표를 가지고 직접 심사를 하기도 하고, 플로어 차트를 통해 토론 참가자들의 입장을 나름대로 요약해 보면서 함께 논리를 파악하기도 했다. 과연 참가자와 참석자 모두가 함께 한 토론대회였다.

 

 

▲ 작전타임 중인 'Great Debaters'팀
▲ 'Great Debaters' 팀이 반론에 나섰다.
▲ 'Great Debaters'팀의 반진규 군

 

결승전의 고지는 멀고도 멀구나!

결승전에 올라오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길었다. 지난 8일(토) 35개 팀이 사전서류심사와 패자부활전을 거쳐 20개의 팀으로 압축돼 예선을 겨룰 수 있게 됐다. 이 팀들은 예선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순서대로 다시 8개의 팀만이 본선에 오르게 됐다. 예선전에서는 제비뽑기로 논제가 정해졌기 때문에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팀들은 3가지 논제(1.안락사는 허용되어야 한다 2.경제개발은 환경보전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3.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의 찬반 입장을 포함한 총 6가지 주장과 논거, 반박을 모두 준비해야했다. 자신의 팀이 어떤 주제와 어떤 주장을 가지고 토론을 진행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 긴장은 더했다.

 

▲ 심사위원의 모습교양특성화대학 박삼열 교수, 교양특성화대학 박연숙 교수, 정보사회학과 정재기 교수(왼쪽부터)
▲ 4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그래서그랬다'팀
▲ '그래서그랬다'팀이 반론에 나섰다.


준·결승전 상황 속보

1시 30분부터 3시 40분까지 이뤄진 4강에서는 신상환(철학·3), 정순준(철학·3), 임재원(철학·3)군의 ‘소년’팀과 이태윤(정치외교·4), 용은아(정치외교·4), 한민국(정치외교·4)군의 ‘PH21’팀이 첫 경기를 치렀고, 이어서 반진규(경제·4), 정환희(경제·4), 김명영(경제·3)군의 'Great Debaters'와 이범석(철학·4), 박진흠(행정·3), 남종식(사학·3)군의 ‘그래서그랬다’가 4강전을 펼쳤다.

4시 결승전에서 ‘Great Dbaters’팀과 ‘PH21’의 팀이 각각 긍정·부정의 주장으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막바지 의견을 펼쳤고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Great Debaters'가 대상인 총장상과 부상으로 상금 1백만 원을 받게 됐다.



‘숭실 토론대회’ 어떠셨나요?

이제 첫 발걸음을 뗀 ‘숭실 토론대회’. 주최 측이었던 교수학습센터는 “높은 수준의 토론과 논리 정연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또한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게 토론대회의 장을 확대·발전 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참관했던 한석희(컴퓨터·4)군은 “나와 같은 또래가 토론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취업전선에 있는 학생들에게 논리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좋았다”고 밝혔다. 덧붙여 “공대·IT대 학생들은 이런 말하기 과정에 많이 노출돼 있지 않아 토론 워크샵 같은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대회 참가자를 보면 비교적 공대학생들이 다른 단대 학생들에 비해 참여가 적은데, 공대 학생들에게는 홍보가 잘 안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1회였던 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율이 계속 높아져 대회가 유지되길 바라는 건 비단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성현(철학·1)학생은 “학생들이 찬반양론의 토론을 통해 무언가를 쟁취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철학과 동기들과 선배들이 많이 참여해 응원 차 오게 됐는데 다른 과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는 것 같아 놀라웠다”고 말하면서 역시 토론대회가 이어져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PH21' 팀의 용은아 양
▲ 토론대회에 참관한 학생들
▲ 'PH21' 팀이 최우수상을 받고 개구진 표정을 짓고 있다.

 

토론의 공중부양

토론은 일반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이 첨예하게 대립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회의 분열을 초래한다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토론만 봐도 토론을 하는 건지, 싸움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니 합의점을 도출하는 ‘토론’보다는 ‘분열’의 표현이 어울릴 수도. 하지만 토론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해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봤을 때 사회의 통합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더 많다. 이를 학생들 스스로가 몸소 체험했으니 숭실의 학생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토론’의 궁극적 목적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처음 실시된 만큼 그 한계도 느꼈을 것이다. 교차조사와 반박이 구별하기 어려워, 교차조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도 있었다. 교차조사 시간엔 너무 원칙을 따라 도리어 청중들이 크게 웃기도 했다. 대답자는 질의자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는데 이 상황이 계속 반복돼 웃음을 자아냈던 것이다. 고도의 팀워크를 통해 입론에서 반박, 최종발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기에 짧은 3주간의 노력으로 숭실의 토론문화를 한껏 높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숭실인들이 이토록 멋지고 당찰 줄이야!’ 이 한 마디가 ‘제1회 숭실 토론대회’에서 느꼈던 전부가 녹아든 짧은 한 줄임을 전하며 앞으로도 ‘토론의 공중부양’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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