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자동차 ‘대체부품’ 시장을 뒤집는 에픽카 박상균 대표

2025-11-10     박주영 교수(벤처중소기업학과)

  “시험차에서 버려진 부품, 그게 우리 첫 번째 자원이었다”
  현대차 파일럿 차량 생산기술 엔지니어였던 박상균 대표는 시험차에 쓰이고 버려지는 부품 더미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자원을 제대로 순환시킬 수 없을까?” 사내 스타트업 제도에서 1년간 사업화 실험을 거친 뒤, 그는 바깥으로 나와 에픽카(eficar)를 세웠다. 첫 외부 투자 약 1억 원으로 시작한 작은 팀은 지금 실시간 차량 수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시에, 적합한’ 대체부품을 제안·공급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관행의 틈을 숫자로 메우다
  중고·대체부품 시장은 정보 비대칭과 품질 편차가 큰 영역이다. 고객 피드백을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여 직원이 2시간 들여 찾던 후보군을 프로세스·시스템화로 30분 내 추려내고, 제안 시점을 앞당겨 전환율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렌터카 고객사 PoC에서 한 달 만에 대체부품 90개 판매를 만들며 정식 계약으로 이어졌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B2B(렌터카·보험·정비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에픽카는 2025년 8~9억 원 매출을 바라본다. 목표는 내년 초 손익분기점(BEP) 도달. 자금은 초기 자기자본 약 5천만 원에서 시작해 정부지원과 민간투자를 합쳐 누적 약 8억 원을 확보했다. 조직은 5명에서 출발해 현재 약 11명. 다만 “사람을 많이 뽑기보다 인당 생산성을 높여 슬림 조직(15~25명)으로도 연 100~120억 원 매출이 가능한 구조”를 지향한다.

  B2C에서 B2B로, 과감한 피벗을 하다
  초기엔 B2C 직판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보유 중인 대체부품 품목이 적어서 소비자에게 대체부품을 제안할 수 있는 절대회수가 적은 한계에 부딪혔다. 박 대표는 “제품이 아무리 예뻐도 시장에서 안 굴러가면 ‘예쁜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하나의 가설을 100조각으로 쪼개 프로토타입(작동 모형)보다 더 앞단인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반복했고, 데이터가 열리는 B2B로 과감히 피벗했다. 이 전환 뒤 핵심지표(판매량·절감액)가 선명해졌고, 고객사가 체감하는 ‘절감’이 명확해지면서 레퍼런스가 빠르게 쌓였다.

  현장에서 배운 영업을 시스템에 녹이다
  에픽카의 영업은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 노트에서 나왔다. 초반엔 대표가 직접 정비소·렌터카 회사를 찾아다니며 “빨리 듣고, 빨리 응답하는 루프”를 만들었다. 견적 요청이 오면 즉시·정확한 리턴이 원칙이고, 첫 1~2주에 신뢰를 쌓아 CAC(고객획득비용)를 낮게 유지한다. 이 경험은 곧 시스템 규칙이 됐다. 리드가 들어오면 데이터 매칭 → 품질·가격 검증 → 물류·장착 파트너 배정까지 한 번의 파이프라인에서 흘러간다. 덕분에 ‘사람 중심의 영업’이 데이터·프로세스 중심의 반복 가능한 성장 엔진으로 바뀌었다.

  ‘순환’이 만드는 임팩트, 그리고 다음 지도
  에픽카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지 싸고 빠른 교체가 아니다. 대체부품 표준화와 투명화로 탄소와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자원 순환 구조를 확산시키는 것. 그래서 최소 2~3년은 현재 비즈니스에 집중해 데이터 풀과 운영 단위경제성을 더 단단히 만든 뒤, 시기가 무르익으면 국내 시장 확장 및 해외 진출을 검토한다. 미국은 더 앞단의 데이터 접근이 보장될 때, 동남아는 자연 발생 수요를 노려 점진적으로. 머릿속 시뮬레이션의 끝에는 “5년 내 1,800억 원”이라는 야심찬 숫자도 적혀 있다.

  대학생에게 보내는 힌트: ‘안전한 연습장’을 활용하라
  박 대표는 “무조건 당장 창업하라”보다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회사의 자금·데이터·멘토링을 활용해 학습-검증-실패 비용을 낮춘 뒤 나와도 늦지 않다. 실제로 에픽카의 뿌리는 그 ‘안전한 연습장’에서 자랐다. “가능하면 회사에서 사내 스타트업을 한번 해보세요. 더 단단한 검증을 받고 나오는 게, 생각보다 큰 이점이 됩니다.”

왼쪽부터 에픽카 박상균 대표, 박주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