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껍데기 더미에서 찾아낸 제설제 비즈니스, 쉘피아의 도전

2025-11-24     박주영 교수(벤처중소기업학과)

  보다 하얀 가루가 먼저 쌓인다. 바로 제설제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밟고 지나가는 이 가루는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염화칼슘이다. 한편 남해 해안에는 매년 수십만 톤의 굴 껍데기가 쌓인다. 일부는 사료·비료로 재활용되지만 상당량이 여전히 매립·투기되며 골칫거리 폐기물 취급을 받는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풀어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굴 폐각으로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트업 ‘쉘피아’의 최수빈 대표다. 2022년 6월 설립된 쉘피아는 “굴 껍데기를 자원으로 바꾸고, 국내에 거의 없던 염화칼슘 생산 기반을 만들겠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서 시작됐다.

  굴 껍데기 더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보다

  지역 사회에서 굴 껍데기가 환경·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 대표는 “이걸 제대로 처리하면 돈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품었다. 어머니가 수납 관련 일을 하며 현장에서 들려주던 이야기들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가까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실험을 반복하며 사업성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예전에 함께 일하던 대표가 멘토로 나서 초기에 자본과 네트워크를 보태줬다.

  그렇게 본인 자본과 멘토의 자금이 섞여 첫 종잣돈 4천만 원이 마련됐다. 이후 기술보증기금, 중진공 정책자금, TIPS,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융자와 지원사업, 누적 약 4억 원의 투자까지 더해지며 제조 설비와 공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쉘피아의 출발 가설은 단순했다. “국내에는 염화칼슘을 직접 만드는 곳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잡기만 해도 수요는 있다.” 굴 껍데기의 칼슘 성분을 활용해 염화칼슘을 만들고, 여기에 소금과 부식방지제 등을 적절히 배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든다는 그림이었다.

 

  현실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설비 셋업 지연으로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중국산보다 싸게 팔겠다”는 계획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쉘피아 제설제 가격은 중국산 염화칼슘 대비 10~20%가량 비싸다. 대신 최 대표는 전략을 바꿨다. “가격만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국산 원료·수급 안정성·자원순환·ESG 스토리를 함께 파는 것”으로 포지셔닝을 재정의했다.

  첫 겨울, 재구매 요청에서 얻은 확신

  쉘피아의 핵심 고객은 처음부터 B2G, 그중에서도 지자체와 시설공단이었다. 겨울철 도로 안전과 시민 민원을 직접 마주하는 조직이자, ESG 이슈에도 민감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공공기관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최 대표는 전시회와 공동구매 상담회에 부지런히 참가하며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담당자를 만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에게 ‘PMF(product-market fit)에 가까워졌다’는 실감이 온 것은 첫 겨울 시즌 이후였다. “시험 삼아 조금 써보겠다”던 기관들이 다음 해가 되자 먼저 연락해 사용 물량을 늘리자고 제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도로 위에서 쓰이고, 그 결과로 미끄럼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은 창업자에게 큰 안도와 성취감을 줬다.

  현재 쉘피아의 직원은 4명. 설립 이후 매출은 3억 원에 못 미치지만, 향후 3~5년 목표로 “연 매출 80억, 수도권 및 주요 제설 지역에서 친환경 제설제 점유율 10%, 현재 4명인 조직을 10~20명 규모의 전문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제시한다.

  “문제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것”

  최수빈 대표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거창하지 않다. “문제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에 대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책임지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결과 뒤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긴 시간이 있습니다. 혼자 버티는 시간이 길다는 걸 미리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건 외부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나만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굴 껍데기 더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쉘피아. 이 젊은 기업가의 도전은, 우리에게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일상 속 어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가?”

오른쪽부터 최수빈 대표, 박주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