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의 날을 기리며
지난주 월요일인 11월 17일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 침탈에 반대하거나 독립을 위해 항거를 하다 순국한 분을 일컫는다. 193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을사조약이 맺어진 11월 17일을 잊지 않기 위해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한 것이 그 기원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나라를 되찾을 때까지 이국땅에서 추모 행사를 계속했다. 해방된 해에는 12월 23일에 지금의 동대문운동장인 서울운동장에서 대규모로 순국선열추념대회가 열렸으며 김구 임시정부 주석이 추모 연설을 했다. 정부는 국권 회복을 위하여 헌신·희생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그 얼과 위훈(偉勳)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본교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가장 많은 독립 유공자를 배출한 대학이며, 숭실의 역사가 곧 한국의 독립운동의 역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자진 폐교를 택하며 민족 교육의 자존심을 지킨 본교이기에 순국선열의 날은 숭실이 보여준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기리고 숭실인들로 하여금 그 정신적 유산을 이어받아 정의롭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리라는 다짐의 날이기도 하다. 본교의 건학 이념인 진리와 봉사는 단순한 학문적 탐구를 넘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와 민족에 헌신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순국선열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정신은 숭실이 지향하는 봉사의 정신과 일치한다. 개인의 안녕을 넘어 공동체와 민족을 위한 헌신이라는 정신을 되새기는 날로 삼을 만하다.
본교 정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독립운동자 추모비가 있다. 2020년에 건립된 이 추모비는 국가보훈처 지정 현충시설로 개교 이래 민족의 자주적 근대화와 독립에 앞장서 온 역사를 가진 본교에게는 매우 뜻깊은 장소다. 추모비 제막식에는 본교 주요 보직자들, 국회의원, 학생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그 의의를 기렸으나 그 후 별다른 행사가 없었다. 일반인들은 물론 본교 재학생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많지 않은 듯하고, 추모비 장소가 넓지 않은 데다 눈에 잘 띌 만한 안내문이나 표식도 없어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올해 순국선열의 날에는 사학과 재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독립운동자 추모비 앞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아무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을 학생들이 나서서 한다니 추모비를 수없이 지나쳐 오가던 이들은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민족 숭실이라는 숭실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재학생과 동문들에게 숭실의 자랑스러운 발자취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로 삼으며 더 많은 숭실인이 우리의 유산과 정신을 기억하고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