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스물>(2015)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하고, 후속작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 홈리스 축구 국가 대표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번 작품도 인생의 반짝이고 아름다운 순간이 아닌,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와 아픔을 건드리며 그들이 깊은 수렁을 얼마나 유쾌하게 극복해 나가는지 주목한다.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동료들에게 한계를 느끼며 기자 폭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일로  은퇴를 당하고 다시금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미지 메이킹이다. 홍대는 노숙자 축구팀 감독으로 변신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다시 한번 재기를 꿈꾼다. 물론 이가 내키지는 않지만 기획사의 요청으로 감독직을 수락한다. PD 소민(이지은) 역시 정말 마지막으로 반드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인물이다. 노숙자의 월드컵 다큐의 흥행 여부가 본인의 일자리를 결정할 마지막 키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축구단의 사정 역시 우울하기 그지없다. 빚보증 때문에 이혼 당한 효봉(고창석)과, 사업 실패로 가족과 멀어진 무능한 가장 환동(김종수), 장애인 여자 친구를 위해 축구 하는 범수(정승길) 그리고 사라진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축구를 하는 인선(이현우) 등 그들 모두 쉽지 않은, 다시 말해 반드시 우승해야만 하는 의지가 필요 없는 선수들이다. 이 집단에서 열정이 넘치는 것은 PD인 소민 하나이다.

  영화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바탕으로 그들의 사연에 축구를 해야만 하는 이유와 불씨를 만들어 낸다. 특히 패배자들의 감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인생이야 말로 패배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감독 홍대가 그들의 꿈과 의지에 동화되며 진정성을 되찾아 가는 모습은 반드시 1등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승리를 향해 가는 과정과 결과가 아닌 것이다. 진정성과 희망을 얻은 사람들이 토너먼트가 끝난 후에도 의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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