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에 대한 소비심리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던 지난 겨울, 이와 관련해서 일본의 ‘한정상품’을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벚꽃의 분홍색을 바탕으로 ‘봄한정’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음료와 과자는 여름이 되면 ‘여름한정’으로 바뀌면서 가을은 ‘단풍’ , 겨울은 ‘눈’ 등을 테마로 해서 계절별로 옷을 갈아 입는다. 레스토랑에서는 기간한정에 ‘선착순 10명’이라는 수량한정 문구를 더하는 것으로 구매자로 하여금 꼭 먹어야만 될 것 같은 압박마저 느끼게 한다. 또한 겉 포장에 유명캐릭터가 삽입되는 ‘한정상품’은 내용물과 상관없이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마니아층을 유혹한다. 그러다 보니 맥주 한 캔을 살 때에도 ̒계절한정̓이라는 문구를 찾아보게 되고 일반상품을 살 경우 아쉬운 마음이 생기기도
독일하면 떠오르는 음료는 무엇일까? 아마도 맥주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인들은 언제부터 맥주를 마셨는지 궁금해진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쓴『 게르마니아』를 보면, ‘그들은 보리나 밀을 포도주처럼 발효시켜 마신다.’고 적혀 있다. 인접한 갈리아에서 포도주를 마셨다면, 라인강 건너편에 살고 있던 게르만족은 보리나 밀을 발효시킨 맥주를 마셨음을 알 수 있다. 독일맥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엄격한 품질관리 때문이다. 이미 12세기에 맥주양조에 대한 규정이 있었고, 1516년에는 바이에른 지방에서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 공포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맥주는 맥아와 호프와 물로만 만들어야 한다. 맥주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바이에른 지방을 비
파리 북서쪽 17구에 바티뇰이라는 동네가 있다. 19세기 중반까지 행정 구역상 파리외곽의 농촌 마을에 불과했다. 파리와 가깝고 월세에 저렴한 덕분에 화가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자연광이 풍부한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동네 카페에서 술추렴을 했다. ‘게르부아’라고 불리는 작은 술집의 단골 명단은 대충 이렇다. 마네, 모네, 드가, 시슬리, 모리조, 팡텡 라투르, 보들레르, 말라르메 등이다. 모두 화가와 시인이다. 그들은 정규 미술 대학을 제대로 마친 사람이 드문 터라 공식 전시회에 번번이 낙선했다. 학연, 지연이 다르고 화풍마저 제각기 달라 그들을 뭉뚱그려서 바티뇰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공식 전시회에 낙선한 그들이 따로 모여 전시회를 열었지만 번번한 대접을 받지 못했고, 나중에 어느 평론가가 빈정
가장 미국적인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마도 카우보이일 것이다. 1960년대, 길게 잡아 1970년대까지 양산된 서부영화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 카우보이였으며 마을의 악당을 대부분 혼자서 물리치는 총잡이의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가장 미국적인 기질을 갖춘 인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카우보이는 원래 텍사스의 소떼를 가깝게는 캔자스, 멀게는 와이오밍까지 몰고 가는 소몰이꾼을 의미했고 그들의 전성기는 1867년에서 1887년까지 약 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나마도 19세기가 저물며 대부분 사라져 지금은 겨우 명맥만 잇는 정도에 불과하다. 역사가 오랜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은 사회통합이나 대중들이 서로 쉽게 일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신화적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유럽에 대한 문
어느 종편채널의 예능프로그램 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여세를 몰아 외국인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는 프로젝트인 에서 중국 요녕성 안산시에 있는 중국비정상대표 장위안의 집을 방문했다. 후미진 토론장에서 중국 동북방으로 던져진 글로벌 청년들을 위해 준비한 장위안의 어머니표 생선요리와 교자만두를 통해 중국음식에 내재된 해음(諧音)현상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해음이란 A와 B 두 글자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발음을 갖고 있어서 A를 지칭 하지만 동시에 B의 의미도 연상시키는 일종의 의미오버랩현상이다. 생선은 중국어로 ‘위(魚, yu)’라고 읽는데, 이는 ‘여유있다’ 혹은 ‘풍족하다’라는 뜻의 ‘ 위(餘, yu
해마다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동아리 모임, 개강 및 종강파티, 축제 등 각종 모임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가 크다. 술자리에서 볼썽사나운 진상스타일(?)은 그래도 웃어 넘겨주지만 폭력, 기물파손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 오랜 술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의 음주에 대한 태도는 어떠했을까? 그 일단을 통해 우리 대학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성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고대 중국 역사책의 맞수인『 사기』와『 한서』를 통해 중국인의 술에 대한 관념을 살펴보자. “하늘에 제사 지내고 사당에 제사 지내는 데에 술이 아니면 (신령이) 흠향하지 않을 것이고 임금과 신하, 친구 사이에도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을
독일축구대표팀을 가리켜 ‘전차군단’이라 부른다. 이 별칭에서 풍기는 강한 이미지는 이미 게르만족에 대한 로마인의 시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대개 지금 프랑스 지역) 원정 때 라인강을 건너 침범하는 게르만족과 접전하게 되었는데, 이때 기골이 장대하고 힘센 그들의 모습은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게르마니아』를 저술한 타키투스는 카이사르처럼 생각하는 한편, 도덕적으로 타락한 로마에 비해 건전한 게르만족의 생활상을 높이 평가했다.신성로마제국(962-1806, 제1제국) 시절 독일은 정치·경제적으로 분열되었고 문화적으로 뒤떨어져 프랑스나 영국, 이탈리아의 문물을 모방하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사정은 18세기 말엽을 거치며 일변한다. 문학에서는 괴테와 쉴러, 철학에서는 칸트와 헤겔 등이 활동하면서
영국인을 일컬어 흔히 ‘신사(Gentleman)’라고 부른다. 이 칭호는 신중하고 자제하는 태도, 세련된 언어구사,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한 예의범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점잖아 보이는 영국인들을 흔히 ‘황소’로 비유해 왔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는 에서 믿을 수 없는 것으로 ‘황소의 뿔’과 ‘색슨인의 미소’를 손꼽았다. 신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왜 황소인가? 이 두 비유는 서로 상충되는 것 같지만 영국인들을 실제로 겪어보면 본질을 꿰뚫어 보는 비유로 수긍이 간다. 우선 영국인들은 대단히 실리적이며 물질적이다. 여기서 ‘물질적’이라는 말은 물질에 대한 욕망을 뜻하기 보다는 물질의 불가피성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돌적인 기질을
오는 2일의 개강을 앞두고, 겨울동안 움츠려 있던 캠퍼스 내의 생명체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미 지난 구정에 봄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넘겼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을 앞두니 교정 여기저기에 청초한 초록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 일본열도는 아마 이맘쯤이 되면, 남쪽에 위치한 큐슈(九州)에는 이미 매화의 고매한 향기가 전령사(傳令使)가 되어 봄의 소리를 전하고 있을 것이다. 뒤이어 일본을 상징하는 사쿠라(櫻, 벚꽃)가 남태평양의 오끼나와(沖縄)에서 출발해 2개월에 걸쳐 북상을 거듭해 전국을 옅은 핑크빛 색으로 물들게 할 것이다. 예로부터 일본에선 “꽃은 사쿠라, 사람은 사무라이(武士)가 으뜸”이라고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