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1953년 힐러리와 노르가이였다. 그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고 실패하고 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해 아마추어를 포함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등반에 성공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산 중턱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있다. 예전에는 아래서부터 시작하여 제한된 체력과 물품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정상 도전을 마쳐야 했지만, 지금은 비교적 좋은 시설의 베이스캠프에서 휴식하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정상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우리의 교육에 비추어 보면 많은 교훈을 준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강자와 대면했을 때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윗은 골리앗처럼 칼과 무거운 갑옷이 아닌 돌팔매를 사용해서 승리했다. 다윗처럼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이 있어야 자기보다 강한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혹시 기초가 중요하다고 ChatGPT 같은 훌륭한 도구를 무시한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갈 때도 다시 수능과 같은 외우는 지식으로 다른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한 줄 세우기식 평가는 수능 한 번으로 족하다. 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다른 것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우리는 발전된 기술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가능하다면 창업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도 기초, 수학 이런 것들만 강조하면 졸업 후에도 그러한 것들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고, 학생들은 졸업 후에 그런 것 더 잘하는 사람 밑에 들어가 평생 고용인으로 살아야 한다.

  지난해 “2030 숭실대학교 교육과정개편 연구보고서” 초안을 미리 보았을 때 이대로는 안 될 것아 담당 교무위원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나에게는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마지못해 마련된 자리라 그런지 발표 후에 토론을 하고 싶었으나 바로 다른 미팅이 있다며 서둘러 정리했다. 미팅 끝나고 나오는데 거기 참석했던 교무위원 중 한 명이 “그래도 수학은 중요하다” 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수학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가? 굳이 수학에 빗대어 설명한다면 문제를 푸는 수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황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수학이 중요하다고 했을 것이다. 나중에 창업을 해 꼭 수식을 풀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 잘 푸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AI에 시키면 되는 것이다. 현명한 세르파가 될지 노예 사냥꾼이 될지는 우리 교수들 하기에 달렸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가는 길은 한 가지가 아니다. AI 등의 발전된 기술은 우리에게 좋은 베이스캠프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창의성을 더한다면 우리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기초는 기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우리는 AI와 창의성 같은 훌륭한 베이스캠프를 활용해서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다윗이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