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드 스타헬스키 감독

  어느덧 십 년의 세월이다. 저예산 영화로 시작한 <존 윅>은 ‘존 윅 유니버스’를 일궈 내고, 명실상부 기다려지는 시리즈물이 됐다. 물론 2편에서 3편으로 넘어오며 오롯이 액션에 의지하는 존 윅 시리즈에 피로를 느끼는 관객도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액션의 지지부진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액션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영화 <존 윅4>는 존 윅 시리즈 중 가장 긴 러닝 타임을 선보인다. 액션 영화에 169분의 기나긴 러닝 타임을 할애한다는 것은 감독의 자신감과 주연 배우 및 제작사의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우려 끝에 베일을 벗은 <존 윅4>는 이토록 긴 러닝 타임을 납득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킬러 세계의 룰을 어기고 킬러의 표적이 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두고, 최고 회의의 새 의장인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은 존 윅의 옛 친구이자 킬러인 케인(견자단)을 이용해 그를 처단하고자 한다. 후작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의 옛 친구 케인과 또 다른 친구 고지(사나다 히로유키)으로 존 윅은 다시금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

  강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시작해 존 윅의 자유로 시선이 옮겨지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서사는 여전히 단출하다.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169분의 러닝타임 중 380단어의 대사를 소화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단출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를 채운 것은 결국 다시 한 번 액션이다. 뉴욕, 오사카, 파리를 오가며 어김없이 펼쳐지는 존 윅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은 169분을 마법처럼 빠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더욱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액션 총공을 퍼붓는 여타 영화들과 달리 <존 윅4>는 다섯 개의 액션 시퀀스 모두가 클라이맥스처럼 느껴진다. 총과 쌍절곤, 물과 맨몸 액션, 드리프트 액션, 총격전, 그리고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푸아이아티에 222계단’ 시퀀스까지 영화는 상승과 하강을 통해 액션이 곧 서사이자 감상이 될 수 있음을 선보인다. 거기다 견자단의 합류로 동양 무술이 액션에 접목되며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들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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