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사회에는 계층이 존재하고 소수의 명령하는 자와 다수의 복종하는 자로 나눠진다. 이때 명령하는 자는 궁긍적으로 자신의 이익(또는 욕구)을 위해 명령을 내리며 그로 인해 오는 가책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 그 대상이 정치인은 국민이고 성직자는 신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니체는 “명령하는 자의 도덕적 위선”이라고 했다. 

  학교에는 각 학과마다 학사 조교가 있어서 교수와, 학생, 그리고 교직원을 연결하며 행정적인 일들을 처리한다. 그들은 다양한 행정적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업무들이 각기 다른 절차가 있는 관계로 익숙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나, 그들에 대한 처우는 최저 시급 정도의 보수와 23개월 후 강제 퇴사다. 2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 줘야 하고 그것은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3개월 동안 열심히 일해 온 우리 과 조교는 강제 퇴사를 하게 됐고, 우리과 학과장은 물론 자연대 교학과장까지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봉에 힘든 일인 후임 조교을 찾지 못한 채 2주간의 행정 공백을 갖다가 간신히 채용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 과만의 일은 더더욱 아니다. 

  대학 집행부에는 총장, 부총장 2인 그리고 여러 부서의 실처장들이 있고 이들은 총장이 임명한다. 실처장에 임명된 교수는 교수 본연의 업무(주로 수업) 외에 다른 일을 추가로 담당하므로 추가 수당을 받게 되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 재정상(?) 수당을 충분히 주지 못하므로 약간의 수업 감면과 약간의 수당을 지급하고 그들에게 애교심을 부추겨 봉사를 강요(?)하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총장 임기부터는 실처장에 발탁된 교수들은 수업에 대한 의무가 전혀 없을 뿐더러 거기에 더해서 수당도 2배로 인상돼 지급된다고 한다. 2년마다 교체되던 관례도 깨고 대부분의 실처장들이 유임돼 4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됐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그들은 임기가 끝나면 학과로 돌아가 4년 동안 놓친 학문을 따라잡느라 몇 년간 고3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독일의 대학 혁명을 주도했던 교육 사상가 알렉산더 훔볼트는 “대학은 인류가 이뤄야 할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다”고 했다. 세상이 아무리 타락해도 대학은 이상을 가르쳐야 하고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공간이어야 하며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실현은 위의 모범으로 부터 시작된다.

  급격한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으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수도권을 지나 우리의 발 앞까지 와 있고 숭실의 미래는 총장의 뜻을 적극 지지하며 최고의 대우를 받는 Avengers의 손에 놓여 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숭실의 미래를 위해 그동안 숭실이 이루지 못한 일을 그들이 꼭 이루어 주길 기원한다. 하지만 그전에 하나만 기억하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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